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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창조형 창업 vs 생계형 개업

중앙일보 2013.06.18 00:51 경제 10면 지면보기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7만4162개로 2011년보다 14% 증가했다. 중소기업청이 2000년부터 집계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창업 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 5만855개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올 4월 현대경제연구원의 ‘창조형 창업이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식 기반의 기업가형 창업은 2011년 기준 전체 창업의 1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이 30%대에 달하는 미국이나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전공과 관련 없이 생계를 위해 도소매·음식 등 서비스 업종에서 창업한 사례가 50.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창업한 14.1%보다 약 3.5배 높은 수치다. 창업 열기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창의적 아이디어와 지식 기반의 기업가형 창업이 아니라 생계형 개업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2년 고용 동향’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520여만 명에 달하는 전체 사업자 가운데 480만 명이 개인사업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90%에 달하는 사업자가 고용주만 있는 1인 영세기업이다. 이들 영세사업자 가운데 상당수 자영업자가 ‘저숙련, 저소득, 저희망’의 3저(低)로 표현되는 한국 자영업의 빈곤화로 이어지며 중산층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기업가형 창업이 저조한 문제의 배경에는 열악한 창업 환경과 부정적 사회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열악한 창업 환경은 창업 열기를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 지난해 창업 수월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은 48위에 그쳤다. 특히 창업 금융이 활성화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03%인 국내 벤처캐피털 규모는 이스라엘(0.175%)이나 미국(0.088%)과 비교해 크게 낮다. 결국 창업을 해도 초기 자금 유치가 힘들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3~5년까지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계곡에서 생명을 다하거나, 사업을 접으려 해도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M&A) 등 중간회수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출구를 찾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창업 환경의 현실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두 번째 문제점은 창업 환경의 제도적 측면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적 인식이다. 창업 환경이 제도적으로 개선되더라도 ‘창업 실패는 곧 신용불량자’라는 사회적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수 인력의 유치는 요원한 일이다. 우수 인력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목표로 삼는 대신 창업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벤처기업인의 성공사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창업분야에도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열풍이 불도록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달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은 이러한 창업 환경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에인절투자 소득공제가 50%까지 확대되고 투자 대상 기업도 기술평가를 통과한 창업 3년 이내 기업으로 완화된 점이다. 또 기술혁신형 M&A 투자도 연구개발(R&D)로 인정하면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다변화한 점은 초기 벤처기업의 자금순환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정책에서 창업가 연대보증제도 완전철폐가 빠진 점 등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풀지 못했던 벤처 현안이 상당부분 반영돼 벤처생태계 구축에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벤처의 창업과 성장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양질의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현실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 및 각계각층의 벤처 창업에 대한 활성화 노력으로 대책과 방안이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앞다퉈 창업에 나서고, 이스라엘과 같은 창조국가 실현이 한발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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