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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2009년 G20회의 도청·해킹 … 동맹국 정보도 빼내 협상에 이용"

중앙일보 2013.06.18 00:43 종합 18면 지면보기
영국이 2009년 4월 자국이 런던에서 주관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대표단에 대한 조직적인 해킹과 도청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광범위한 정보 감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30)이 추가 공개한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문서를 통해 이와 같이 보도했다. 북아일랜드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리기 몇 시간 앞두고 나온 보도로 파장이 예상된다.


스노든, 가디언 통해 추가 폭로
회담장 인터넷 카페가 함정
미국 NSA와 밀접하게 협력

 2009년 런던 G20 회의엔 회원국인 한국도 참석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 자리에서 북한 미사일 등 대북정책을 논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약식 정상회담에선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체결이 의제였다. 가디언은 오랜 동맹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도청이 자행됐다고 전했다. GCHQ가 한국 대표단을 감시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GCHQ는 암호분석·도청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으로 MI5, MI6와 함께 영국 3대 정보 기관 중 하나다. 업무 성격과 조직 체계가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유사하다. 스노든은 이 문서를 두 기관이 공유하고 있는 ‘일급비밀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영국 워릭대학교 국제 안보학 교수인 리처드 J 올드리치는 “GCHQ는 NSA와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때로는 하나의 기관처럼 움직인다”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GCHQ의 국제회담 첩보활동은 스파이 영화 속 작전을 방불케 한다. 회담장에 대표단 편의를 위해 마련된 인터넷 카페는 일종의 ‘함정’이었다. 이곳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업무를 처리한 대표단은 로그인 정보를 해킹당했다. 컴퓨터에 심어둔 스파이웨어 등을 통해서다. 로그인 정보는 회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됐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정부의 정보가 집중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4월 런던 정상회의에서 컴퓨터 로그인 정보를 빼낸 GCHQ는 이를 같은 해 9월 G20 재무장관 회담에도 사용했다. 4월 합의한 사안에 대한 터키의 속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남아공 외무부 전산망에 접속해 G20과 G8 회의 참석 후 대표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빼내기도 했다. 또 이 기간 영국 주재 NSA 요원들은 영국과 공조해 G8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로 건 기밀 위성전화 신호를 가로챘다. 하지만 암호를 푸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국 주요 인사들의 블랙베리와 스마트폰은 e메일을 열람하는 통로였다. GCHQ 문서엔 “모든 외교 ‘타깃’(목표물)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며 “(우리는) G20에서 이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



 이번 폭로로 국가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범위에 대한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앞서 NSA의 활동이 “테러리즘과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활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6일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면 대통령은 이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체니 “스노든 중국 간첩 의심”=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에드워드 스노든이 중국 측 간첩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16일 폭스방송에 출연, “스노든이 홍콩으로 건너가 중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중국 스파이로 의심하는지를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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