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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분양가 상한제 … 정부 "시장 왜곡" 야당 "투기 우려"

중앙일보 2013.06.18 00:25 경제 4면 지면보기
#1988년 12월 12일 박승 당시 건설부 장관이 ‘폭탄 선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건설부 국장회의에서 “민간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분양가를 자율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중앙대 교수(경제학) 출신이었던 박 장관은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파문이 커지자 노태우 대통령이 박 장관을 경질했다. 그는 나중에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한국은행 총재를 지내던 시절에도 “분양가 규제는 실익은 없고 부작용만 클 것”이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서승환 국토장관 "상한제 탄력 운영"
민주당 "고분양가로 업체 폭리"
"폐지해야 분양권 전매 가능해져"
건설업계선 신축적 대응 요구

 #2013년 6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장.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신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의원들에게 “6월 임시국회에선 특히 분양가 상한제의 신축적 운영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국회 일정상 이번 회기를 놓치면 연말 정기국회까지는 법을 바꿀 기회가 없다. 아파트 분양가를 일정 수준(땅값+표준 건축비) 밑으로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도입한 제도다. 이명박정부는 임기 내내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했으나 야당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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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임시국회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현재와 같은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더라도 분양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없으니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장관은 “현재 분양가 상한제는 전혀 효과가 없으면서 사업자들에게 추가 비용만 발생시킨다.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마련한 주택법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되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상정 자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토법안심사소위 위원을 맡고 있는 이미경(민주당)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다면 과거와 같은 (건설사의) 폭리와 고분양가 책정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할 의사봉을 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주승용 의원)이어서 민주당이 반대하는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와 묶여 있는 분양권 전매 제한에 더 관심을 둔다. 현행 주택법은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이 싸지면 시세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1~8년간 분양권을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정부처럼 분양권 전매를 자유화해야 미분양 해소와 주택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주장이다.



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 3개 단체는 지난달 31일 정부와 국회에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전달했다.



심교언(부동산학) 건국대 교수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분양가 규제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향후 혹시라도 고분양가와 주택 투기가 재발한다면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하는 신축적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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