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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일본의 투자 훈수 … 사와카미펀드에게 배워라

중앙일보 2013.06.18 00:22 경제 3면 지면보기
개인투자자들이 고민에 빠진 요즘이다.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을 못 찾아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금리가 워낙 낮아 은행 예금이나 채권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려니 최근 장세가 적이 불안하다. 당장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뒷걸음질쳤다. 언젠가 한번 주가지수가 확 오를 수 있다면 선뜻 나서겠지만, 그조차 확신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되리라는 ‘뉴 노멀’ 때문이다.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다. 그러니 저성장이 이어진다면 기업 이익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고, 주가 또한 껑충 뛰어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지금의 투자자들에게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객원기자 리포트] 저금리에 증시 침체, 헤쳐나간 상품은

 ‘전거지감(前車之鑑)’이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앞에 간 수레를 거울삼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앞선 경험자를 보고 배운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에는 앞선 수레가 있다. 한국보다 먼저, 그것도 아주 오랜 기간 똑같은 고민을 했던 시장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를 맞은 일본은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제로금리를 유지해 오고 있다. 주식시장은 또 어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이 많이 올랐다지만 89년 말 최고점에 비하면 현재 도쿄 주식시장은 아직도 65% 이상 꺼진 수준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현재 토지 시세는 20여 년 전 정점의 반 토막 수준이다.



‘가치주’ 사와카미펀드, 10년 수익률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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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과 부동산 버블 붕괴가 워낙 심하다 보니 상당수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은행 예금과 채권을 주로 찾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을 내는 금융상품이 나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가치주·배당주, 해외투자상품, 그리고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한국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찾아야 할 ‘전거지감’ 소재들이다. 가치주란 기업이 내는 이익이나 순자산 규모 같은 실제 가치에 비해 값이 많이 싼 주식을 일컫는다. 이런 가치주들에 주로 투자하는 게 가치주 펀드임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가치주 펀드는 사와카미투신의 사와카미펀드다. 사와카미펀드는 9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주가가 쑥쑥 올라 너도나도 IT주를 사 담을 때도 IT와 거리를 뒀다. ‘가치주를 고른다’는 견지에서 볼 때, 너무 비싸다는 판단에서였다. 괜찮은 IT주를 골라 비중을 늘린 것은 오히려 IT 버블이 꺼진 뒤였다. “좋은 주식이 싸졌을 때 산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사와카미펀드는 2003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10년 동안 81.7%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일본 토픽스지수 상승률(46.2%)보다 35.5%포인트 높은 성적이다. 사와카미펀드는 최근 도요타자동차나 타이어 업체 브리지스톤 같은 기업들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나타났던 사상 유례없는 엔고(円高) 속에서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키운 곳들이다.



 사와카미펀드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적극적으로 자산배분을 했다는 점이다. 가치주 투자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향후 경제 흐름을 생각해 주식과 채권 간 투자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수익 관리를 했다. 저성장 시대에 한번 수익률이 꺼지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처럼 경제 흐름을 앞서가는 적극적인 자산배분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해외투자도 적극적 … 한국은 갈수록 외면



 한편에서 ‘와타나베(渡邊) 부인’이라 일컬어지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에 관심을 기울였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국내로의 쏠림이 뚜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 펀드의 약 75%가 국내 투자상품이다. 2008년 60%선이던 국내 비중이 오히려 높아졌다. 갈수록 해외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이해는 간다. 2007년 겪은 ‘중국 트라우마’가 워낙 강하다. 2007년 6000을 넘었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현재 그 3분의 1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원금 회복을 꿈도 못 꾸는 투자자가 아직 수두룩하다. 중국에 투자하지 않았더라도 경계심과 불안감을 가질 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해외금융상품을 완전히 외면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고금리 신흥국 국채가 있고, 요즘 세계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도 꿋꿋이 상승세를 유지하는 프런티어 마켓(신흥시장 중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나라)이 있다. 거품이 낀 게 아니라면, 성장이 빠른 이들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해외상품이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09년 노무라증권이 처음 선보인 ‘더블 데커 펀드(double decker fund)’다. 해외 채권과 더불어 그 나라 통화에도 투자하는 식이다. 채권 이자에 환차익까지, 2중 수익을 노리는 펀드였다. 물론 요즘처럼 각국 통화가치가 요동칠 때는 손실 위험도 커진다.



덜 벌고 덜 잃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 인기



 일본에서는 또 오랜 기간 저금리에 익숙해지다 보니 투자에 대한 눈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생겼다. 대신 안전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래서 인기를 끈 게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예컨대 ‘커버드 콜(covered call)’ 상품 같은 부류다. 커버드 콜은 주식을 사면서 동시에 주가가 떨어질 때 이익을 내는 ‘콜옵션 매도’를 한다. 이리 하면 주가가 오를 때 콜옵션 매도 때문에 수익률이 좀 떨어지지만, 반대로 주가가 빠질 때는 방어력을 발휘한다. ‘조금 덜 먹고 덜 잃는’ 수단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이렇게 가치주, 해외, ‘중위험 중수익’을 통해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헤쳐나갔다. 여기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춘 자산 재배분이 더해졌음은 물론이다.



 이 밖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주식투자만으로 소득세 1위를 기록해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고레카와 긴조(是川銀藏)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와 시세 동향으로부터 항상 눈을 떼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라.” 저금리 시대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언제든 파고 들어갈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고레카와의 말처럼 “경제와 시세 동향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아야” 남보다 앞서 투자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공부도 필수다. 잘 모른다고 해외투자 금융상품을 외면할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한다. 기회의 문은 알고 찾아 두드리는 투자자에게만 열리는 것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위원



사와카미투신 ‘일본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66·사진)가 1999년 세웠다. 주식이건 채권이건 저평가된 것을 고르는 가치투자 신봉자다. 2000년대 초까지 5년간 도쿄 주식시장이 25% 하락할 때 30% 수익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관의 돈을 받지 않고 봉급생활자의 자금만 모아 운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온수(35)=서강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현대증권에서 펀드와 주식 시황 분석을 거쳐 현재는 프라이빗뱅킹(PB) 리서치팀 연구위원으로 있다. 자산가들에게 어떤 투자를 권하면 좋을지를 찾아내는 게 주된 임무다. 현대증권의 VIP 고객 대상 자산관리 설명회 강사로도 많이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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