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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미국인, 속은 한국인' 이라는 김치 마니아

중앙일보 2013.06.18 00:18 종합 22면 지면보기
조엘 버그 워싱턴대 치과대학장이 만든 한국 상추쌈 먹는 법에 대한 동영상의 한 장면. 그는 이 동영상에서 상추에 고기를 얹고 쌈장·생마늘·양파를 차례로 올려 쌈을 싼 뒤 한입에 넣었다. 그는 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릴 예정이다.


조엘 버그(Joel Berg·56)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치과대학장은 자칭 ‘한국 사람’이다. “겉은 미국 사람이지만 속은 한국 사람”이란다.

조엘 버그 워싱턴대 치대학장
15년 전 매운맛 첫입에 반해
'김치클럽'만들고 한국사랑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다. 지난 12~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소아치과학회’ 참석차 방한한 그는 방한 기간 내내 하루 세 끼 김치를 먹었다고 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 뷔페에 백김치만 나오더군요. 주방장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빨갛고 매운 김치를 달라고 했어요. 매울수록 더 맛있어요.”



 기자와 만나기 전날인 12일 저녁에도 학회 참여 교수 40여 명과 한식당에 갔다고 했다.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제가 거의 다 먹고, 또 시켜 먹었어요.”



 버그 학장은 워싱턴대 ‘김치클럽’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김치클럽은 워싱턴대 한국인 교수와 학생들의 모임으로 2년 전 창립됐다. 버그 학장은 이 클럽의 유일한 미국인. 한국식당에 모여 점심 먹는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장차 시애틀 지역의 한국인 노인 의료봉사 및 한인 학생 장학금 지원을 하는 정식 단체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버그 학장이 김치를 처음 먹은 것은 15년 전 우연히 참가한 시애틀의 한국음식 축제에서였다고 한다.



 “말 그대로 ‘첫입(the first bite)’에 반했어요. 맵지 않았냐고요? 아니요. 전혀. 정말 맛있었죠.”



 그는 순두부찌개·비빔밥·갈비 등 한국 음식 대부분을 좋아한다. 얼마 전엔 상추쌈 먹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만들었다. 본인이 직접 상추 위에 고기를 얹고 그 위에 쌈장·생마늘·양파를 차례로 얹어 한입에 넣는 장면이다. “유튜브에 올려 한국 상추쌈 먹는 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생각”이라고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한국을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 독일 치과의료기기 업체인 ESPE의 리서치부문장으로 일하면서다. 1년에 4~5차례씩 중국·한국·대만·일본·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으로 출장을 다녔는데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 문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버그 학장은 소아치과학계의 권위자다. 지난해 66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미국 소아치과학회의 회장을 지냈고, 워싱턴대의 소아치과전문 클리닉 설립을 주도했다.



 - 한국 문화의 어떤 점이 좋은가.



 “한국 문화에는 다양함이 있다. 또 한국인들의 일에 대한 철학이 좋다. 한국인들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지나칠 만큼 일을 많이 하는 게 문제지만. 2년 전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소아치과에 대해 강연을 했는데 청중들의 수준 높은 질문에 감명받았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친절하다.”



 - 일본인들이 한국인보다 친절하고 공손하지 않나.



 “일본인들은 겉으로는 매우 친절하지만 속에서 우러나는 친절이 아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획일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한국인들은 진심으로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한국 문화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가령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모든 한국인들은 좋아한다. 그 나라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게 기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 중국 문화는 어떤가. 중국은 훨씬 더 크고 인구도 많다.



 “중국인들도 야망이 크고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문화가 제일이라고 강요하는 듯한 태도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도 자부심이 강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는 한상에 여러가지 반찬을 올려놓고 여러 명이 같이 먹는 한국 문화가 각자 자기 접시를 갖고 덜어먹는 중국음식 문화보다 좋다고 했다. 같이 먹는 걸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자 그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김치가 모든 병균을 죽인다라고 말해주겠다. 그건 과학적인 사실이다. 과거 전 세계에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창궐했을 때 한국에선 한 명의 환자도 없었던 것이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한국 문화에서 고칠 점은 없나.



 “남녀 차별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여성 인력 활용을 잘 못한다. 또 자신들의 문화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른다. 음식은 다른 나라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기에 좋은 수단이다. 내 목표는 가수 싸이와 함께 한국음식을 홍보하는 동영상에 출연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나와서 한국음식을 홍보하는 것보다 외국인이 출연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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