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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 독 올랐다, 이란전 일내겠군

중앙일보 2013.06.18 00:11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동원의 눈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온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 차례밖에 선발 출전하지 못한 지동원은 18일 이란과의 최종전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동원이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인도와 조별리그 경기에서 헤딩을 시도하고 있다. 당시 지동원은 두 골을 넣어 4-1 대승을 이끌었다. [중앙포토]
“야, 지동원! 안 일어나!”


오늘 울산서 월드컵 예선 최종전
유럽 맹활약 … 대표팀선 교체선수
구겨진 자존심에 눈빛 달라져
이란에 강해 선발로 출전 가능성

 지난 14일 파주 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최강희(54) 감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란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 8차전(18일 오후 9시·울산)을 앞둔 훈련장. 최 감독은 공격수 지동원(22·선덜랜드)이 슈팅 후 쓰러져 누워 있자 호통을 쳤다. 지동원은 최 감독에게 반항이라도 하듯 한참을 누워 있었다. 그러고는 욕 비슷한 말을 하면서 독기 가득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평소 순둥이라 불리는 지동원답지 않은 모습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현장을 지켜본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전해준 상황이다.



 지동원이 이란전을 앞두고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 무너진 자존심과 최 감독을 향한 서운함이 겹쳤다. 지동원은 2012~2013시즌 유럽에서 뛴 한국 선수 중 손흥민(21·레버쿠젠)과 더불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는 선덜랜드(잉글랜드)에서 아우크스부르크(독일)로 임대돼 다섯 골을 터뜨리며 팀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하지만 태극마크만 달면 작아졌다. 지동원은 최 감독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최종예선에서 단 한 차례 선발 출전에 그쳤다. 최근에는 경기 막판에 교체 투입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지난 5일 레바논과의 6차전에 후반 39분 교체 출전했고,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7차전에는 후반 추가시간에 시간끌기용으로 이청용(25·볼턴) 대신 들어가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지동원은 별명이 ‘순둥이’다. 지동원의 친정팀 전남 드래곤즈의 김문형 대리는 “동원이는 돌부처라 불릴 만큼 말수가 적고 예의 바르며 착하다”고 전했다. 그런 지동원의 눈빛에 투지와 집념이 가득 찼다. ‘파주 반항 사건’이 현재 심경을 대변해 준다.



 최 감독이 지동원을 자극한 이유가 있다. 독기 품은 지동원이 이란전에 한 건 해줄 거라는 믿음이다. 홍명보(44)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비슷하게 지동원과 ‘심리 게임’을 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조별리그 내내 교체출전에 그친 지동원은 영국과의 8강전에 첫 선발 출전해 그림 같은 중거리 선제골로 축구 종가를 무너뜨렸다.



 최 감독은 “지동원은 좀 투박해도 장점이 있다. 지동원이 뛰면 세트피스 득점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란전) 선발 기용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6일 비공개 훈련에서도 지동원의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 지동원은 최 감독 고별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동원에게 이란은 좋은 기억이 있는 팀이기도 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란과의 3, 4위전에서 2-3으로 뒤진 후반 43분과 44분 연속 헤딩골을 넣어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손흥민 피눈물 발언에 발끈한 이란=최강희 감독과 뜨거운 설전을 펼친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0) 감독은 17일 기자회견에서 “30년 동안 영국, 스페인 등에서 감독을 했지만, 이러한 피와 복수의 축구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이제 멈춰야 된다. 한국이 본선행을 확정하면 전해줄 이란 전통 꽃도 가져왔다”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지난 13일 “이란 주장 자바드 네쿠남(33·에스테갈)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해주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발끈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복수는 축구로, 피에는 땀으로 답하겠다”고 말했다. 네쿠남도 “난 조국을 위해 피눈물뿐 아니라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고 받아쳤다.



울산=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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