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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초공천 폐지, 당원이 아니라 주민의 문제다

중앙일보 2013.06.18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 대선에서 여야는 기초자치단체의 장(長)과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폐지 필요성은 10여 년 동안 제기된 것이어서 더 설명이 필요 없다. 문제는 실천인데 최근 여야 움직임을 보면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전(全) 당원 투표제를 새로 도입할 계획인데 정당공천 폐지 여부도 여기에 부친다는 것이다. 일견 민주적 절차로 보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부결되면 공천제는 유지된다. 정당공천의 폐해를 겪는 주체는 당원이 아니라 지역 주민인데 그 결정을 왜 당원이 하나. 당 지도부가 대선 공약으로 결정한 것도 유권자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닌가. 공약했으면 지도부가 책임지고 실천해야 한다. 일부 반대론이 부상한다고 당원투표에 부치는 건 일종의 책임회피일 수 있다.



 새누리당은 공약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불(不)공천을 실천했다. 그런데 이런 결정에 따라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기초단체장들이 최근 복당(復黨)을 추진하고 있다. 당은 이를 승인할 태세다. 이들이 다시 당적을 가지면 불공천 취지는 퇴색된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불공천을 다시 결정하면 복당된 이들은 출마를 위해 다시 탈당해야 한다. 유권자를 무시하는 혼란이다.



 기초단체장과 의원이 정당 소속이 아닐 경우에 일부 부작용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천제를 없애면 여성이 진출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의견도 적잖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다른 방안으로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공천제로 인한 폐해가 너무 커서 폐지반대론은 설득력이 약하다. 공천제가 없어지면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이 국회의원이나 지역당에 휘둘리는 파행을 막을 수 있다. 무소속 제도가 정착되면 정권이 어디로 가든 기초 자치가 정치 바람을 덜 타게 된다.



 여야는 공약에서 후퇴하거나 책임을 당원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이는 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불필요한 기득권의 축소는 대국민 공약이다. 여야는 조속히 기초공천 폐지 실험을 완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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