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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예비전력 … 공기업들 에너지 절약 허리띠 '질끈'

중앙일보 2013.06.14 04:04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2번지에 있는 전력거래소 상황실. 이곳에선 요즘 가만히 앉아 있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기 상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9시14분. 계기판에 수치가 바뀌자 전력수급 경보 첫 번째 단계인 ‘준비’가 발령됐다. 준비 단계는, 예비전력이 ‘400만㎾ 이상, 500만㎾ 미만’일 때 내려진다. 이달 들어 휴일을 제외하고는 연일 전력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서울의 낮기온이 31도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다.


한전·한국석유공사 등 특별대책 마련

세종=김동호 기자



더위가 이어진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전력거래소 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력수급 경보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사실상 매일 발령되고 있다. 발령 시간도 3일 오후 1시31분, 4일 오전 10시22분, 5일 오전 9시21분에 이어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7일 오후엔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며 냉방기 가동이 급증해 한때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엎친데 덥친 격이랄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으로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운행이 정지되면서 현재 전체 원전 23기 중 상당수가 멈춰서 있다. 전력 당국은 경보 발령에 따라 민간 자가발전기를 가동하고 석탄발전기 출력을 높여서 전력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본격화하면 이런 수준으로는 근본적인 대처가 어렵다.



전력 예비율 10.5%서 지난해 3.8%로 하락



이런 비상상황이 이어지는 원인은 근본적으로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데 따른 현상이다. 에어컨이 널리 보급되면서 사무실과 상가는 물론이고 가정집에서도 에어컨을 틀고 있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 여름 우리나라 최대 전력공급 능력이 7700만㎾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심각하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대형 발전소 1~2기가 추가로 정지하면 이른바 ‘블랙아웃’을 의미하는 광역정전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에너지 소비 습관만 바꾸면 가정에서도 전력난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형광등 3개를 소등하고 PC 본체 1대를 꺼놓고, 백열전등 2개를 LED로 교체하기만 해도 블랙아웃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전력수요는 2006년 5899㎾에서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7429㎾로 40%가량 급증했다. 전력 예비율은 10.5%에서 3.8%로 수직하락했다.



전세계 신에너지 개발 경쟁 치열



올 여름 전기에너지 부족을 더욱 심화시킨 것은 원전 부품 파문이다. 한국은 1978년 1호 원자력발전소 건설 이후 2013년 현재 23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다. 외국기술 의존기(1971~77년)와 기술축적기(1978~86년)를 거쳐 기술자립기(1987년~현재)까지 오는 동안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쌓았지만 부품의 국산화 과정에서 구멍이 생겼다. 79년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로 미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미국 부품업체들이 문을 닫자 국산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뇌물이 오가면서 부실 부품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잡음에도 불구하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으로선 원전 탈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원개발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술발전이 급진전되고, 대체에너지와 신(新)에너지 개발 경쟁이 활발하다. 에너지 확보가 곧 국가 생존의 기본 조건이 되면서 역대 정부는 자원·에너지 개발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이미 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에서 현실화한 것처럼 자원의 무기화에 따라 자원부국들이 좀처럼 우리에게 자원 개발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일본·중국·미국 같은 에너지 개발 경쟁국들의 견제도 심하다. 석유 수출국들은 수출 가격을 자주 바꾸고 수출량을 통제하면서 지금도 자원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이 여파로 2008년에는 원유가 배럴당 15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에너지 96% 수입, 절약에 힘 쏟아야



자원 확보가 곧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암반 틈새 사이에서 시추하는 셰일가스(shale gas) 혁명은 뒤뚱거리던 미국 경제 회복의 강력한 엔진이 되고 있을 정도다. 에너지 수입률이 96%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주로 척박한 땅에서 채굴되고 있는 셰일가스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에너지 절약과 함께 필수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선제적인 해외투자에는 나서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원 선점에 나선 강대국과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자원부국의 틈새에서 한국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은 두 말할 것도 없다. 한국전력·한국석유공사 같은 에너지 기업이 에너지 절약에도 힘을 쏟는 이유다.



 한국석유공사는 7~8월 중 전력사용 피크시간대 전력사용량 20% 이상 감축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절약 특별대책을 수립했다.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바꾸고, 사무실에서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는 특단의 대책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전력위기 극복을 위한 생활 속 전기절약 실천방법 소개에 앞장서고 있다. 그 예로 전력 피크시간대에는 에어컨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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