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룡' 되면서 보안 뚫린 NSA … 미 비밀취급자 21% 민간인

중앙일보 2013.06.14 01:54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로 시작된 미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감시”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해명(7일 실리콘밸리 방문 당시)에도 불구하고 미 국민은 민간인 무차별 사찰 의혹을 거두지 않는다. NSA의 대중국 해킹 의혹까지 폭로됐다. 자국민의 정보가 유출된 유럽연합(EU)도, 전방위 사찰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사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들도 미국의 향후 대처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정보를 주무르는 NSA가 어쩌다 민간 파견 직원의 폭로에 휘둘리게 된 것인가. 이 배경에는 테러리스트 감시보다 사생활 보호를 우선시하는 ‘디지털 키드’와 국가의 충돌이 있다.


미 최대 첩보기관, 내부 폭로로 휘청
9·11 후 16개 기관 정보 공유체제로
대규모 감시 위해 민간업체들 참여
스노든도 파견직원 자격으로 일해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의 폭로로 ‘빅브러더 논란’의 핵심에 섰던 국가안보국(NSA)이 침묵을 깼다. 케이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12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감시 프로그램이) 미 본토와 국외에서 수십 건의 잠재적인 테러 공격을 예방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개인 e메일이나 통화정보 수집 등 ‘프리즘(Prism)’을 통한 테러리스트 감시가 제2의 9·11을 막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NSA의 정보 수집이 “엄격한 지침과 감독 아래” 이뤄졌고, “국가 안보뿐 아니라 사생활과 시민 자유에 상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 국방부 소속 NSA는 직속 근무인원만 최대 5만5000명에 이르는 미 최대 첩보기관이다. 지구상 떠다니는 모든 신호를 잡아낸다는 감청시스템 에셜론(Echelon)을 기반으로 정보 수집과 암호 해독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왔다. ‘프리즘’은 그간 NSA의 아이콘처럼 인식돼 온 에셜론의 디지털정보기술(IT)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스노든은 NSA 등 미 정보기관이 프리즘을 통해 구글·페이스북 등 IT 기업들 서버에서 일반인의 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폭로했다.



NSA는 사이버 감시 강화를 위해 미국 유타주 블러프데일에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사진은 공사 중인 유타 데이터센터의 모습. [블러프데일 AP=뉴시스]
 별명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기관(No Such Agency)’일 정도로 대외 보안이 철저했던 NSA가 활동 양상을 바꾸게 된 것은 2001년 9·11 테러가 계기였다. 당시 테러 방지 실패 이유를 조사한 초당파 ‘9·11위원회’는 정보기관 간의 벽 허물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4년 ‘정보개혁 및 테러방지법’이 상원에서 통과됐고, 국가정보국(ODNI)과 국가반테러센터(NCTC)의 창설 등 조치가 잇따랐다. 국가정보국장이 NSA·CIA 등 주요 16개 정보기관(이들은 정보공동체라고도 불린다)의 정보를 조정·감독하면서 정보 및 인력 교류의 네트워크가 강화됐다.



 역설적으로 이는 정보기관의 보안 완화로 이어졌다. 기관별로 통제되던 정보가 시스템 안에서 공유되자 접근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대테러 첩보 예산이 증액되고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대규모 감시에 나서면서 전문 인력이 더 필요해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민간업체의 참여로 이어졌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의 비밀취급권자(491만여 명) 가운데 21.6%(106만여 명)가 민간업체 소속이다. 고졸 출신 스노든 역시 CIA에서 컴퓨터 네트워크 보안을 담당하다가 2009년 방위 정보 민간업체 ‘부즈 앨런 해밀턴’으로 자리를 옮겼고, 파견직원 자격으로 NSA에서 컴퓨터 시스템 관리 업무를 맡을 수 있었다.



 이번 ‘NSA 리크스(폭로)’의 당사자인 스노든은 제2의 브래들리 매닝(26)으로 불린다. 2010년 ‘위키리크스’ 파문의 주역 매닝과 스노든에겐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고졸이고 IT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고 정보기관에 접근할 권한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컴퓨터·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태어나 하루 24시간을 살아온 ‘디지털 키드’다. 스노든은 이번 폭로 배경으로 “미 정부가 온라인 세상의 자유와 사생활을 파괴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내세우는 테러리스트 감시 및 국가안보도 이에 우선할 수 없다는 신념이다. 알렉산더 NSA 국장은 이날 상원에서 “(민간 직원인) 스노든이 기밀 접근권을 가졌다는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국장이 인정했다시피 외주에 맡겼던 NSA의 전산 관리 업무를 내부 직원에게만 맡기는 것이 이른 시일 내 이뤄지긴 어렵다. NSA가 다루는 정보가 그만큼 광범위하고 막대하기 때문이다.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의 세계화와 더불어 NSA가 감시해야 할 정보 역시 세계화됐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이 활발해지면서 정보의 국적과 국경을 나누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NSA가 비밀리에 민간인 e메일 내역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온 데 대해 미 국민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1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NSA의 정보수집 활동에 반대(59%)가 찬성(35%)보다 훨씬 많았다. 이런 활동이 테러 예방에 도움이 될 거라는 반응도 35%에 불과해 그렇지 않을 것(54%)이라는 회의론에 크게 못 미쳤다.



강혜란·정종훈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