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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청부살해' 회장 부인, 그동안 행적 '충격'

중앙일보 2013.06.14 01:27 종합 12면 지면보기
11년 전 발생했던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이 다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청부살해 회장 부인에 허위진단서 … 세브란스 압수수색
"파킨슨병 치료, 거동 못해 … "
주치의 10여 차례 발급해 줘
4년 1개월 형집행정지·연장
부인, 병원 특실서 호화생활

 사위와 이종사촌 동생 하모(당시 22세·여)씨를 불륜으로 의심해 살인교사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온 중견기업 회장 부인 윤모(68)씨가 허위·과장 진단서로 4년간 대학병원 특실에서 호화생활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윤씨는 2002년 조카에게 1억7500만원을 주고 납치 및 살해를 지시했다. 하씨의 시신은 머리 등에 공기총 여섯 발을 맞은 상태로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 에서 발견됐다. 이후 윤씨는 2007년 첫 형집행정지를 허가받은 이후 일곱 차례나 이를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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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부장 김석우)는 윤씨에게 10여 차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주치의 박모(54) 교수의 신촌 세브란스병원 집무실 등을 9시간여 압수수색했다고 13일 밝혔다. 윤씨의 거짓 환자 행세를 알게 된 피해자 아버지 하모(67)씨가 지난 4월 박 교수를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김석우 부장검사는 “혐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진료 기록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며 “현재 박 교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라고 말했다.



 여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윤씨가 처음 바깥 땅을 다시 밟은 것은 2007년 7월이었다. 윤씨는 그해 6월 서울 세브란스병원 주치의였던 박 교수로부터 발급받은 유방암 진단서를 근거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윤씨는 같은 해 10월 형 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해 1년3개월 동안 외부에서 지내다가 재수감됐다.



 하지만 윤씨의 외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의정부교도소로 이동 수감돼 있던 2009년 12월, 이번엔 백내장 수술을 이유로 2차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당시 허가를 내준 의정부지검 측은 “병원에서 엄청난 양의 진단서가 와서 승인해 줬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병원 의사가 “수술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소견을 내자 다른 병원을 찾아가 외래환자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안과 질환의 경우 형집행정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듬해 3월 5개월 연장을 신청했던 윤씨는 8개월간의 외출을 마치고 교도소로 돌아갔다.



 3차 외출은 5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2011년 3월 포항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윤씨는 형집행정지 이후 파킨슨병·전신쇠약·두통·현기증·소화불량 등을 사유로 진단서를 마구 발급받았고, 이를 빌미로 다섯 차례나 형집행정지를 연장해 왔다. 형집행정지는 최장 3개월이지만 횟수 제한 없이 연장이 가능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진단서에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 스스로 거동을 할 수 없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그러나 세브란스 특실에 머물던 윤씨는 37차례나 입퇴원을 반복할 정도로 자유롭게 병원을 드나들었다. 특히 ‘집안일’ 등의 사유로 20여 차례 외출 및 외박을 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검찰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병원을 찾아 점검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VIP인 윤씨는 검찰 직원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 고지받고 대비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가 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은 의사가 내준 진단서와 소견서 등 의학적 자료”라고 설명했다. 의료기록 증명서가 위조됐을 경우에는 이를 극복할 아무런 보완책이 없다는 뜻이다.



 윤씨의 기행을 보다 못한 세브란스 측도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장기재원환자 관리위원회에서 주치의인 박 교수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소견을 냈지만 통원치료 가능 판정을 내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낌새를 챈 윤씨는 선수를 쳤다. 자진 퇴원을 해서 일산병원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일산병원에서도 5월 초 퇴원을 권유하자 윤씨는 그달 14일 병원 문을 나섰다. 이튿날인 15일엔 의식 불명으로 건국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서부지검은 21일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윤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취소하고 서울남부구치소에 재수감했다. 장장 4년1개월의 외출이 끝난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윤씨 이야기를 다룬 시사프로그램 방영을 앞두고 피해자 아버지의 인터넷을 통한 호소와 고발 등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한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 측은 13일 교원윤리위원회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 관계자는 “오늘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이었고 조만간 2차 윤리위를 소집해 징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허위 또는 과장 진단서라는 결론이 나오면 인사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지난달 28일 동료 의료진에 e메일을 보내 “환자가 수감 중인 죄수여서 측은지심이 있었다”며 “어떤 부정한 의도나 방법으로 진단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민경원·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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