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그러운 나뭇잎 사이로 봄꽃들이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야생화원에는 벌개미취·붓꽃·클로버·민들레 등이 지천이다. 박 터널에는 조롱박·호박·여주 넝쿨이 한창 뻗어가고 있다. 옆에 있던 꿩이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 날아간다.
국내 첫 매립장 위 수목원
대표적 생태복원 사례 꼽혀
중국·남미서도 배우러 와
11일 오후 5시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대구수목원 모습이다. 비가 내린 탓에 24만7000㎡의 광활한 수목원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이곳은 어린이집·유치원 원아들에겐 소풍과 현장학습 장소로, 인근 주민에겐 산책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170만 명이 찾았을 정도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중국·베트남과 남미 도미니카공화국 등의 정부·지자체 관계자가 수목원을 벤치마킹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관리는 “우리도 쓰레기매립장에 위에 수목원을 만들려고 한다”며 “대구수목원 공무원을 초청할 테니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수목원은 공원 역할도 하지만 기능면에선 차이가 있다. 수목원은 식물자원의 체계적 수집·관리와 전시가, 공원은 도시지역의 자연 경관 보호와 시민의 휴식공간 제공이 목적이다. 수목원의 중요한 업무는 식물의 수집·보전·증식 관련 교육이다. 파종온실과 양묘장이 있는 이유다. 공원과 달리 울타리가 있고 개방 시간도 제한된다. 수목원 관리사무소 뒤 4개의 파종온실에는 싹을 틔워 기른 높이 10㎝가량의 소나무와 삼지구엽초·꿀풀 등이 자라고 있었다.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에 심어진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 3세 목(木)도 이곳에서 기른 것이다.
수목원에는 활엽수·침엽수 등 나무 15만 그루를 포함해 약초·야생초·선인장 등 모두 1800종 45만 본이 있다. 갖가지 식물이 있다 보니 사진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봄철에는 꽃을, 가을에는 열매를 찾아 날아오는 새를 찍으려는 아마추어 사진가의 발길이 이어진다. 사진 애호가인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 회장이 10여 차례 찾기도 했다. 김희천 수목원관리사무소장은 “고사리·고비 등을 볼 수 있는 양치식물원과 한국 정원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