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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레게 … 그래도 우린 크라잉 넛

중앙일보 2013.06.14 00:45 종합 21면 지면보기
뜨거운 아스팔트에 주저앉은 크라잉넛. ‘불타는 땅콩’이란 7집 앨범 제목은 만화가 강도하가 선물한 재킷 아트의 불타는 땅콩에서 착안했다. 왼쪽부터 한경록·이상혁·김인수·이상면·박윤식.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인디계의 ‘맏형’, 곧 ‘아버님’으로 등극할 듯한 데뷔 18년차 펑크 밴드 크라잉넛. 그들은 군대에 다녀와도 군기가 들기는커녕 벌떡 일어나 엉덩이를 내밀고 ‘뿡’하던, 무턱대고 ‘말 달리자’며 뛸 것 같은 천방지축들이었다.

7집 선보인 18년차 펑크밴드



일상에 훨씬 가까워진 노랫말 눈길



 하지만 세월은 크라잉 넛도 주름지게 만드는 모양이다. 4년 만에 발매한 7집 앨범 ‘플레이밍 너츠(Flaming Nuts)’의 가사에선 현실이란 땅에 발을 디딘 크라잉넛이 보인다. 반면 음악은 되려 젊어진 느낌마저 준다. 최근 보컬 박윤식(37)이 결혼하면서 한경록(36·베이스)을 제외한 모두가 유부남이 된 크라잉넛을 13일 만났다.



 - 노랫말이 현실에 가까워졌다.



 “자연스러운 것 같다. 또래 친구들이 겪는 일상일 거다. 그래도 술은 20대 초반처럼 마신다.”(한경록)



 예로 이상혁(37·드럼)이 쓴 타이틀곡 ‘기브 미 더 머니’의 가사는 이렇다. “물질적인 삶에서의 행복보다 나는 정신적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한 사람/그런데 한 끼를 먹어도 마트에 쌓여 있는 것들은 정신만으론 먹을 순 없더라고/조금은 돈이 필요해”



 “공연이 없는 시즌에 한창 보릿고개일 때가 있다. 카드빚 돌려막기라고. 그냥 웃기라고 한 말인데…. 뭘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니까. 그냥 그런 얘기다.”(이상혁)



 “도둑질에도 돈이 필요하다.”(김인수·건반)



 - 타이틀곡 스타일이 크라잉넛스럽지 않다. 힙합의 랩스러운 멜로디에 레게풍의 펑크랄까.



 “이 노래는 내가 불러서 녹음했다. 라이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스럽긴 하다. 뒷일은 모르겠다.”(이상혁)



 - 하도 앨범이 안 나와 사장님이 15일을 7집 발표 콘서트 날짜로 발표하고 배수진을 쳤다던데.



 “그게 주로 우리가 앨범 내는 스타일이다.”(한경록) “중간·기말고사가 있어야 학생들도 공부하니까.”(박윤식)



 - 결과적으론 슬래시 메탈부터 힙합스러운 곡까지 펑크 안에서 다양한 색깔의 곡이 모였다.



 “열 곡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다 달라서 걱정했다. 하지만 순서 맞추다 보니 머리가 꼬리를 물고 해서 잘 된 것 같다.”(이상면·기타)



 “그냥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만든 앨범이긴 한데, 저항적 색채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신기하다.”(한경록)



 - ‘힐링 송’이라는 평도 있다.



 “억지스런 힐링이 많아 너무 싫은데, 자동으로 그 얘기가 붙는다는 건 좀 좋은 것 같다.”(이상면) “‘잣 같은 땅콩들’이 힐링 송이라고?”(박윤식)



무겁고 심각한 것보다 유머가 좋아



 - ‘땅콩’은 배꼽 잡으며 들었다. ‘잣’이 앨범을 통틀어 가장 불량한 단어다.(※‘캐슈넛 헤이즐넛 파인넛 크라잉넛/잣 같은 땅콩 이라네’의 ‘잣 같은’이 유머러스하다.)



 “시간이 없어서 욕 많은 노래를 못 썼다.”(김인수) “무겁고 심각한 것 보다 유머가 좋다. 한번이라도 듣고 씩 웃으면 그게 힐링이지.”(한경록)



 - ‘해적의 항로’를 들으면서 크라잉넛도 이제 뮤지컬 하나 만들 때가 된 건 아닌가 생각했다.



 “늘 영상 같은 이미지를 그리며 노래를 만드는 편이다. 그게 전달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우리 노래는 다 따로 만들었는데 뭔가 레고 블록처럼 맞아떨어지는 게 있다. 뮤지컬스러운 기승전결이 나온다. 그게 크라잉넛인 것 같다.”(한경록)



 “맨날 공연 같이 다니고 같은 밥 먹고 같은 똥 싸다 보면 비슷해지는 것 같다.”(이상혁)



 “방구 냄새도 비슷하다.”(이상면)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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