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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비즈] 100% 손 제작 스케이트화 대표팀 넷 중 셋이 신어요

중앙일보 2013.06.14 00:28 종합 25면 지면보기
유오상 삼덕스포츠 대표가 자신이 만든 스케이트화를 보여주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국은 쇼트트랙의 초강국이다. 2013~2114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12명 중 9명이 똑같은 스케이트화를 신는다. 유명한 글로벌 스포츠용품 회사의 제품이 아니다. 삼덕스포츠화가 생산하는 국산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국·중국·일본·이탈리아 대표선수들까지 삼덕의 팬이 됐다. 세계 최고의 스케이트화를 만드는 유오상(62) 삼덕스포츠 대표를 만났다.


쇼트트랙 선수들 애용 … 유오상 삼덕스포츠 대표
발 석고로 본뜬 뒤 3주간 만들어
안현수·오노·저우양도 오랜 고객

 유 대표는 19세였던 1970년 ‘형제스포츠화’라는 곳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스케이트화뿐만 아니라 축구화·골프화 등 다양한 신발을 만들었다. 91년 회사가 부도가 났다. 위기는 기회. 그는 독립해 스케이트화만 만들기 시작했다. “스케이트를 직접 타본 경험은 많지 않다. 그런데 다른 종목과 달리 국내 선수들이 다른 나라의 스케이트화를 신고 발을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최고의 스케이트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다.



 좋은 스케이트화는 발을 편하게 감싸야 한다. 삼덕 스케이트화는 100% 수제화다. 선수 발을 석고로 본을 떠 손으로 제작한다. 유 대표는 “전문 선수용 한 켤레를 만들려면 최소 3주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로 찍어내면 돈을 더 벌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 얼굴이 다르듯 발 모양도 제각각이다. 기계로 스케이트화를 찍어낼 수는 없다. 이건 처음부터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장인정신이 빛을 본 건 김동성(33) 덕분이다. 김동성은 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에서 미국 제품을 사용했다. 금메달을 땄지만 스케이트화가 잘 맞지 않아 고생했다. 유 대표는 “동성이가 스케이트화를 신으며 통증을 호소하는 걸 보고 오기가 생겼다. 재료를 찾는 과정을 포함해 김동성을 위한 스케이트화를 만드는 데 2년 반이 걸렸다. 김동성이 99년 강원 겨울아시안게임에 삼덕 스케이트화를 신고 2관왕을 했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서도 잇따라 우승하자 미국·유럽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아폴로 안톤 오노·JR 셀스키(이상 미국), 저우양(중국),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등이 삼덕의 고객이다. 지금은 영역을 확장해 스피드, 피겨용과 초보용 스케이트화도 만든다. 연 매출은 4억원 정도다. 직원은 10명에 불과하지만 스케이트화 시장 국내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1등 업체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8·빅토르 안)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삼덕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유 대표는 “그때 올림픽 2연패를 한 전이경(37)을 위해 만든 스케이트화가 있었는데 갑자기 은퇴해 못 쓰게 됐다. 그런데 그게 안현수의 발에 꼭 맞았다. 그 신발은 금메달리스트와 인연이 깊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유 대표는 “2010년에 건강 문제로 그만두려 했었다. 그때 소문을 듣고 학부모·선수들이 찾아와 ‘그만두면 안 된다’고 말리더라. 많은 걸 느꼈다. 이제 선수들이 모두 내 자식 같다” 고 말했다.



글=김지한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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