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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조세피난처 은닉 자산규모, 세계 3위

중앙일보 2013.06.14 00:19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최근 조세피난처가 이래저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에선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를 만든 한국인들의 명단이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외국에서도 스타벅스나 구글·아마존 같은 다국적기업이 수익을 세율이 낮은 국가에 설립한 법인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규모가 크다는 건 확실하다. 거의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 된다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만 해도 합법적으로 신고된 금액기준으로 지난해에만 약 2조원이 조세피난처에 송금됐다. 이는 해외직접투자액의 3분의 1에 해당된다고 한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조세피난처에 은닉한 자산 규모가 중국·러시아에 이어 3위라는 사실이다.



 조세피난처의 가장 문제는 탈세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 스위스 비밀계좌에 입금하는 수법이 많이 쓰였다. 최근에는 조세피난처에 역외펀드를 설립해 계열회사에 부당자금을 지원하거나, 외자유치를 가장해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국내 법인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인 계열회사나 자회사를 만들어 거래가격을 조작하는 방식이 새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가 커지다 보니 각국 정부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조세피난처가 다른 국가에 금융정보를 제공하라는 압박을 계속해 왔다. 각국 정부도 조세피난처와 조세정보공유협정을 체결하거나 미국처럼 자국민의 해외은행계좌에 대한 신고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스위스를 비롯한 조세피난처 정부도 조세정보를 공유하고, 나아가 금융정보의 비밀주의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국세청도 2010년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정 잔액 이상의 해외 계좌 신고제가 시작됐다. 내년에는 채권·파생상품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조세피난처와의 조세정보공유협정은 35개 대상국 중 절반 정도인 17개국과 가협정을 맺은 상태다. 국내 조세법령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개인 거주자나 법인의 실질적 사업관리 장소 등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 기존의 이중과세방지조약도 미비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 보완해야 한다.



 현대는 글로벌 시대다. 디지털 시대이기도 하다. 이런 세상에선 해외금융정보도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도 모든 국가가 재정위기에 직면해 역외자산관리에서 국제공조를 모색하고 있다. 역외탈세방지대책을 강화하기 좋은 타이밍으로 보인다. 다만 너무 무리한 법집행은 국제차명계좌를 통한 자금은닉 등을 초래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능한 한 역외계좌 등에 대한 자진신고를 유도한 뒤 불법에 대해선 엄격하게 처벌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원칙과 정책집행 및 운영의 유연성이 함께 필요하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변호사KAIST 겸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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