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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는 효율적'노벨상 경제학자 포겔 별세

중앙일보 2013.06.14 00:16 종합 26면 지면보기
포겔
‘노예제 옹호 경제학자’로 알려진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포겔 전 시카고대 교수가 11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 86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겔이 일리노이주 오크론에서 숙환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전 시카고대 교수
'철도논쟁' 등 논란의 중심

포겔은 ‘계량경제사(Cliometrics)’의 개척자다. 문서 등 옛날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하던 경제사에 통계학 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그 덕에 그는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학자로서 포겔의 인생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논쟁은 이른바 ‘철도논쟁’이었다. 그는 64년 발표한 논문에서 “철도가 미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게 기존 학설만큼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도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 1870~90년대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3~5% 정도 적은 것으로 측정됐다”며 “그 정도라면 철도 없이도 충분히 경제가 발전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설을 정면으로 뒤집은 연구였다.



 포겔은 10년 뒤인 1974년 동료 학자인 스탠리 앵거먼과 함께 노예제에 관한 논문 두 편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논문에서 노예제도가 생산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예들의 면화 생산량과 진료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노예제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제도였다”며 “남부 농장주들도 노예를 재산으로 여겨 최소한 가축들만큼은 돌봤다”고 했다. 한 걸음 더 나가 “남부 노예가 당시 북부 노동자들보다 더 나은 생활을 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좌우파 학자들이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당시 에머리 헌트 미국 유타대 교수는 “포겔이 부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주장했다”며 “계량 기법 덕분에 그의 논리전개 과정이 엄밀해 보일 순 있지만 비인간적인 결론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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