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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식 세계화의 성공 조건

중앙일보 2013.06.14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구삼열
서울고메 조직위원장
(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가수 싸이를 비롯한 K팝의 놀라운 약진을 계기로 한류 수출에 대한 의욕이 새삼 뜨겁다. 이러한 때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한식을 세계 무대에 내놓는 일이다. 그야말로 없는 것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세상이다. 역사적·문화적 가치부터 상품성까지 한식은 부족함이 없다. 먹고, 쓰고, 내다 팔아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은 귀한 국보급 유산이다.



 한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데 음식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국제적으로 문화 마케팅에 성공한 나라치고 음식 문화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몇 년 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한식의 문화적 가치를 되새기며 국제적으로 알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음식 시장에는 중국·일본뿐 아니라 인도·태국 음식도 우리보다 한발 앞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비록 한발 늦었지만 한국인 특유의 추진력이라면 따라잡기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식을 세계 무대에 내놓기에 요즘 같은 호기는 없는 듯 보인다. 세계적으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채소 중심의 발효 음식이 근간인 한식은 그야말로 글로벌 최신 경향에 딱 맞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류 미식업계가 새로운 맛과 식자재를 추구하는 경향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식을 세계 시장에 내놓는 데 아주 적기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해외 한식당 사례를 보면 한식이 세계 시장에 우뚝 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어진다면 한식 세계화는 조만간 큰 결실을 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젊은 셰프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관련 전문학교를 세우는 것뿐 아니라 장학금 제도를 확충하고 젊은 셰프들이 외국 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국내외에서 글로벌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장차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해외 한식당을 지원할 식자재 공급 센터 구축도 필요하다. 해외 한식당들은 한결같이 제대로 된 식자재와 한식 전문 셰프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리·런던·뉴욕 등 큰 시장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동유럽·중앙아시아 등 지역별로 거점화해 식자재를 공급하는 가칭 ‘한국 식품 공급 센터’를 구축하고 인근 지역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떨까. 한식당들은 한국 식자재를 편리하게 공급받을 수 있고 통관이나 세금 문제도 여러모로 손쉬워질 것이다. 아울러 자격을 갖춘 한식당에는 한식 셰프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파견하는 제도도 고려할 만하다. 한식당에는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는 활로가 되고 젊은 셰프들에게는 훈련과 해외 경험의 기회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정부 행사를 비롯한 공공 행사에서는 최대한 한식이 가미된 음식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예전에 비하면 많은 시도가 이뤄지는 게 사실이지만 한식을 내는 것이 당연하게 되는 수준까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 모든 노력이 일관성 있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식재단의 기능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한식재단이 일관성 있는 정책과 사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한식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한식문화재단으로서 그 기능을 강화하고 이에 걸맞은 권한과 예산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음식은 문화를 전파하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중요한 도구다. 한식을 빼고 문화대국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 음식이 빠진 가무에 흥이 날 리 없듯이 한식이 빠진 한류는 김빠진 맥주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구삼열 서울고메 조직위원장 (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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