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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 달러의 메이저 리거 류현진

온라인 중앙일보 2013.06.14 00:01



LA에서의 6개월



















올해 미국 메이저 리그 LA 다저스 구단에 진출한 야구 선수 류현진의 성적이 좋다. 그는 우리 나이로 스물일곱 살이며,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결승전에 등판해 금메달을 안긴 투수다. LA 다저스는 박찬호가 활약했던 팀인데, 류현진은 선배와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올해 신인왕에 도전 중이다.



그는 ‘6000만 달러의 사나이’다. 미국에서 앞으로 6년 동안 받을 연봉이 3600만 달러(한화 약 400억원)이고, LA 다저스 구단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전 소속팀에 약 2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미국에서 뛰는 한국 야구 선수 기준 역대 최고액이다. 류현진은 현재 ‘돈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팀 내에서 No.2로 인정받는 주력 선수다. IMF 시절 역시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선배 박찬호의 인기를 넘어설 기세다. 그가 LA에서 생활한 지 6개월째, 젊은 메이저 리거 류현진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한 달 관리비 350만원, 럭셔리한 집에서의 소박한 일상



미국에서 야구 선수는 할리우드 연예인처럼 주요 셀렙 대접을 받는다. 데뷔 시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류현진도 그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하루 일과는 의외로 여느 신인 선수들처럼 단순하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온 다저스 선배 박찬호(39)가 조언해준 대로 규칙적인 생활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긴장감이 높고 신경이 예민해지기 쉬운 투수인 만큼 복잡한 스케줄은 피하는 중이다. 메이저 리그 입단 첫해인 루키 신분인 데다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으며 지리도 낯설고 해외 생활을 익혀가는 과정이라 소소한 어려움이 많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LA에 살면서 운전면허증도 아직 따지 못한 상태다.



미국에 도착한 지난해 11월 이후, 류현진은 LA 남쪽 뉴포트 비치에 있는 대리인 스콧 보라스의 빌딩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 올해 초 LA 다운타운에 집을 마련했다. 한인타운 중심부에서 불과 3km 떨어진 스테이플스 센터 옆이다. 그가 사는 곳은 54층 규모의 리츠칼튼 호텔&레지던스 주상 복합 빌딩으로 유명한 고급 주거지다. 총 224가구 규모로 부동산 개발 전문 회사인 안슈츠 엔터테인먼트 그룹(AEG)이 재개발한 금싸라기 도심에 위치해 있다. 지난 5월8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동포 간담회 만찬 행사를 열었던 JW메리어트 호텔과도 붙어 있다.



‘LA 라이브’로 불리는 이 지역은 LA의 각종 스포츠 시설과 방송국 본사, 극장과 번화가가 가깝다. 류현진은 “한인타운이 코앞이고 안전한 데다 야구장이 가까워 무척 편하다”며 엄지를 세웠다. 하루 300만 부를 찍는 미국 최대 일간지이자 경제 전문지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5월 초 이곳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 빌딩에는 주로 아이가 없는 젊은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이 많이 산다. LA 다저스 동료 칼 크로포드와 JP 하웰, NBA 레이커스의 제시 버스 이사, 그리고 LA 갤럭시 축구팀의 스트라이커 랜던 도노반, TV 호스티스 매리 하트?할리우드 저명 프로듀서 스티브 빙이 거주한다. 지난 1월에는 LA 프로팀의 각종 우승 트로피를 전시하는 ‘챔피언스 라운지’ 명명식을 가지기도 했다.



류현진이 사는 방은 200만 달러를 호가하며 3500달러의 관리비를 매달 따로 내야 한다. 대신 보안이 완벽하고 호텔 룸서비스 같은 각종 편의 시설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아침 식사도 빌딩 내 프라이빗 라운지에서 해결한다. 그는 다운타운 마천루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수영장?헬스클럽에서 꾸준히 체력 훈련을 소화한다. 그의 직장인 다저 스타디움은 차로 10분 거리인 8km 떨어져 있다. 류현진은 이곳에 매우 만족하는 듯, “높은 곳에 살고 있는데 지진만 안 나면 좋을것 같다”며 농담 섞인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류현진은 지난 4월 자신의 새 보금자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야구 선수 이외의 개인적인 시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좋아하는 골프를 지인들과 자주 치는데 드라이브 거리는 잘 맞을 때 290야드 정도”라고 밝혔다. 체격에 비해 그다지 장타는 아닌 셈이다. 핸디캡에 대해서는 “체중과 마찬가지로 비밀”이라며 입을 닫았다.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지만 한국에서 뛰던 친정팀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현재 부모님, 형과 같이 살고 있으며 어머니가 해주시는 한국 요리가 최고의 보약이라고 칭찬했다. 그의 경기를 대부분 직접 지켜보는 가족들은 올 가을까지 현지에서 함께 지낼 예정이다.



그는 지난 5월 8일 LA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주관한 ‘교민과의 모임’에 초대받았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거주지 바로 옆의 JW메리어트 호텔 2층 플래티넘 볼룸에서 열렸지만 같은 시간에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소속팀의 성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혼자 빠질 수가 없었다. 대신 88서울올림픽 탁구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현정화(43)가 박 대통령과 같은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



신인왕에 도전하는 ‘뉴 코리언 특급’, 박찬호를 넘는 게 목표



지난 5월 12일, 류현진은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이날은 경기장을 찾은 어머니 박승순씨의 54번째 생일이었다. 이를 전후로 미국 언론에서는 그의 ‘신인왕’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상황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4월부터 9월까지 반년 동안 162경기를 치른다. 거의 매일 야구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서울에서 경기하고 부산으로 이동하지만 미국에서는 그 10배가 넘는 거리를 옮겨 다니며 시즌을 치러야 해서 컨디션 조절이 필수다.



그래서일까. 한화 이글스 시절, 모 여자 연예인과 친하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달군 적도 있지만, 지금은 연애는 고사하고 돈 쓸 시간도 없을 정도다. 류현진은 짬이 나면 인근 한인타운으로 잠깐 외출하는 것이 전부다. LA에서 잘 알려진 식당이나 쇼핑몰에서 그의 얼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혼자 다니는 경우는 없다. 현지 기자들이 류현진을 직접 인터뷰하기는 무척 어렵다. 에이전트와 소속 구단 측에서 등판하는 날 공식적인 브리핑 외에는 기자들과의 접촉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프라이버시와 선수 보호를 위해서다. 그 덕에 류현진의 통역관이자 마케팅 담당 매니저는 류현진에 관한 전화만 하루에 150통 넘게 받는다. 한국 취재진이 매일 새벽에 전화를 걸어 오는 까닭이다. 그는 “류현진 아바타가 돼서 일복이 터졌다”며 웃는다.



선수 류현진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는 아주 좋다. 다들 “한국에서 굉장한 투수가 왔다. 앞으로 다른 팀에서 만나 대결하지 말자”며 그를 칭찬한다. 한국에서도 넉살 좋고 선배들과의 관계가 좋기로 유명했다. 명랑한 성격의 내야수 루이스 크루스와 가장 친하며 4번 타자 맷 켐프도 자주 대화를 나누는 축에 낀다. 같은 선발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25)도 클럽하우스에서 싸이의 말춤을 함께 추는 등 남달리 친숙하다. 류현진은 “커쇼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벌써 결혼했고 (가장 잘 던진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까지 받는 등 배울 점이 많은 투수”라고 경외심을 나타냈다.



친정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자주 시청하며 한국의 선후배들과 카카오톡으로 종종 수다를 떤다. 또 다른 메이저 리거 추신수와도 친한데, 그는 류현진에게 “아무개 선수를 만나면 어떤 공을 던지라”며 세세한 조언도 해준다.



LA 다저스는 한국의 야구 팬에게도 친숙하다. 박찬호가 미국에 진출해 전성기를 보낸 팀이기 때문이다. 다저스를 상징하는 파란색의 99번 저지에 RYU를 새긴 교민 팬들을 대하는 일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그가 등판하는 날마다 다저 스타디움에는 3000~8000명의 한인 관중이 운집한다. 주말 경기엔 숫자가 더 많고 과거 박찬호 때와 비교해도 확실히 늘었다.



박찬호는 한인타운 옥스퍼드 호텔에서 조촐한 입단식을 갖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 9회 패전 처리용으로 메이저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반면 류현진은 NBA의 세계적인 스타였던 매직 존슨(LA 다저스 공동 구단주)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홈구장에서 대대적인 입단식을 치렀다. 데뷔전도 개막 후 2번째 경기에 지난해 우승팀을 상대로 치렀다.



기자의 입장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맨 처음 대면한 지난해 12월 10일 공식 입단식이었다. 22세 때 이미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는 등 경험 많은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입장했다. 뱃심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은 그였지만 한국?미국 취재진이 100명 가까이 운집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하지만 당차고 능청스러운 면모도 보였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같이 뛰었던 박찬호 선배가 다저스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러나 대단히 죄송하지만 박 선배의 빅리그 아시아 투수 최다승(124승) 기록 돌파가 꿈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월드 스타 싸이와의 만남, 밥값 계산은 누가 했을까?



그에게 가장 짜릿했던 날은 4월 30일이었다. 내셔널 리그 서부조 1위인 강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삼진 12개를 잡으며 3승을 올렸다. 12개의 삼진은 미국 진출 후 최고 성적이다. 아울러 이날 경기 직후 월드 스타 싸이와 만났다. 싸이는 이날 경기 도중 한국서 방송국 관계자들과 만나 “나도 그렇고 류현진 선수도 그렇고… 미국인들이 볼 때 한국 남자들은 다 몸매가 저럴까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라는 조크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지난 5월 2일자 LA 중앙일보 종합 2면에는 ‘두 한국남자 류-싸, LA를 춤추게 하다’라는 제목의 톱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자신이 입었던 99번 유니폼을 싸이에게 증정한 뒤 싸이로부터 선글라스를 받고 인근 고깃집에서 늦은 저녁을 함께했다. 음식 값은 선배인 싸이가 냈다. 류현진은 “싸이 형이 나보다 더 유명한 점을 크게 반성한다”며 “나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류뚱’. 덩치 큰 몸매를 비유한 별명이다. 아울러 대식가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요즘은 체중 조절에 신경 쓰느라 체격에 비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식사량이 많지는 않다. LA에서 가장 유명한 ‘인&아웃 버거’를 좋아하지만 자주 가지는 않는다. 여기 재밌는 뒷얘기가 있다. 올해 초 햄버거집에서 일행들과 햄버거를 주문해 먹었는데, 어떤 팬이 그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속 류현진 앞의 쟁반에는 햄버거 4개가 있었다. 이 사진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류현진은 ‘하나만 먹었다’고 해명해야 했다.



홈경기서 승리한 날에는 대개 싸이와 함께 고기를 먹었던 단골집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미국을 찾은 한국 유명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인데,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은 대개 2층 특실로 간다. 하지만 류현진은 1층 일반 테이블에 앉아 여러 명과 갈비 7인분 정도를 시켜 먹는다. 종업원들은 “한국에서는 혼자 10인분도 먹었다고 들었는데 다이어트 중인지 생각보다 식사량은 많지 않다”고 증언했다. 얼마 전 이곳에서 싸이와 함께 찍은 그의 사진은 식당 입구 벽에 걸려 있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아직 미국인들은 잘 못 알아보지만 한인들은 다 안다”며 “귀찮아도 좋으니 성적 좋고 플레이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여성중앙



기획_이한 기자 취재_봉화식(LA 중앙일보 스포츠섹션 부장) 사진_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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