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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세제 개편 급물살 탈 듯

중앙일보 2003.02.10 07:25 종합 9면 지면보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환경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행위에 세금을 부과해 오염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책 점검, 환경세 도입

그러나 환경세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관계부처간 협의도 없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은 대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인지 궁금해 한다.



◇환경세란=통상 ▶대기.수질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물리는 오염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연료에 부과하는 탄소세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쓰레기세 등을 말한다.



국내에도 이미 대기.수질오염 배출부과금과 폐기물 예치금.부과금,환경개선부담금 등이 도입돼 있다. 이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환경세에 들어간다.



일부에선 개발사업이나 제품생산에도 환경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관측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대부분 탄소세.에너지세(稅)를 환경세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환경부 곽결호 기획관리실장도 "별도의 환경세를 신설하기보다는 일단 현행 에너지 세제를 개편하는 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재원을 마련하고 값싼 경유가격을 조정함으로써 경유승용차를 허용한 후에도 경유차가 급증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세 개편=환경.세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복잡한 부과체계 ▶불균등한 세금 부과 ▶미흡한 대기오염 해결 등의 문제점을 들어 에너지 세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휘발유.경유에는 교통세가, 등유.중유.액화석유가스(LPG).천연가스에는 특별소비세가 부과된다. 또 휘발유.경유.등유.중유.LPG에는 교육세, 휘발유.경유에는 지방세인 주행세가 붙는다.



부가가치세.석유류 수입판매부과금.가스류 안전관리부담금도 있다. 이처럼 세금을 거두더라도 대부분 교통시설 등에 투자돼 대기오염 개선에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휘발유.경유.LPG의 공장도 가격은 비슷하지만 세금 탓에 소비자 가격은 차이가 많이 났다.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휘발유는 ℓ당 8백60원, 경유는 3백58원, LPG는 1백92원의 세금이 붙는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의 경우 휘발유.경유값 가운데 세금의 비율이 각각 61%와 59%로 비슷하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조세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에서 "에너지에 부과되는 세금을 에너지 소비세로 단일화하고 경유와 LPG 가격을 각각 휘발유의 85%.60%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세구조 개편=환경세 논의가 본격화하면 탄소세 도입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0위인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라는 선진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이제는 탄소세 도입 시기를 저울질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법인소득세 등을 감면하는 대신 오염이나 자원 소모 등에 대해서는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등 조세 구조 전반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강윤영 박사는 "환경세를 도입할 분야와 세율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배출부과금 등 중복되는 부분은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사례=선진국들은 조세정책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OECD 가입국의 경우 환경 관련 세금.부과금 수입이 전체 세수의 평균 6%다. 탄소세의 경우 1990년 1월 핀란드를 선두로 네덜란드(같은해 2월).스웨덴(91년).덴마크(92년) 등이 잇따라 도입했다. 99년부터 환경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한 독일은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소비세를 인상하고 재생에너지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효과 및 전망=환경세를 부과하면 환경 개선과 더불어 세수 증대를 꾀할 수 있다. 반면 물가 인상, 산업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따라서 환경부.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기획예산처 등 여러 부처의 협의와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당장 논의를 시작해도 실제 시행되기까지 몇년이 걸릴 전망이다.



강찬수.이후남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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