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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방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는 왜 랑콤 화장품을 디자인했나
일단 ‘즐거운 럭셔리’란 대체 뭘까.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 표현이었다. 그는 이에 대해 일반적 통념과 다른 접근을 했다고 했다. “유머와 럭셔리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죠. 럭셔리 매장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우아하고 깍듯한 태도의 직원들, 완벽하게 진열된 물건들이 있죠. 그런데 그게 오히려 딱딱하고 부담스럽지 않나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편하게 맛을 보고 냄새를 맡고, 뭣보다 유머를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해요. 진정한 명품이란 ‘갖고 싶다’는 욕망이 부담감이 아니라 행복 속에서 느껴지도록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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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가 끝나고 백스테이지에서 인사를 하러 무대로 나오죠. 캄캄한 관객석을 향하면 제 눈에는 관객들의 눈만 보여요. 수백 개의 눈이 깜빡거리는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되죠.”
그러면서 한 가지 고백도 더했다. “제가 저의 신체부위에서 유일하게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이 바로 속눈썹이거든요. 마스카라야말로 저를 위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죠.”
패키지 디자인 자체도 패션쇼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신데렐라 동화 속 호박이 마법의 마차로 변하듯 눈만 보이던 관객들이 서서히 마스카라로 변신한다는 상상을 펼쳤다. 그러고는 마스카라들이 모델로 나서 별·하트·물방울 무늬 드레스를 입고 캣워크에 나선다는 설정을 만들었다. 이런 스토리를 엮어 ‘이프노즈(Hypnose·‘최면상태’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여기선 눈으로 황홀을 느끼게 해준다는 의미) 쇼’라 칭하면서 아예 팝업북과 동영상도 제작했다. 팝업북의 마지막 페이지는 ‘마스카라 모델들’이 동시에 런웨이에 선 채 그가 백스테이지 뒤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장면을 상상 그대로 재현했다.
이처럼 스토리를 품는 디자인은 그만의 장기이기도 했다. “예쁜 제품을 만드는 게 디자이너의 목적이 아니에요. 우선 말하고 싶은 스토리를 찾아야 하죠. 스토리에서부터 작업 과정이 시작돼야 합니다. 이건 예술의 과정과 비슷하죠. 음악가는 악보를 연주하며 이야기를 전하고, 화가는 화폭을 이용해, 패션 디자이너는 형태와 색상을 가지고 일합니다.”
그는 이번 협업을 진행하면서 평소처럼 컴퓨터를 쓰지 않고 손으로 그렸다고 했다. 이것이 ‘진실로 돌아가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연필을 쓰면 지우개로 지워도 자취가 남지 않나요. 여성의 얼굴도 마찬가지죠. 얼굴에는 살아온 흔적이 남고, 그것이 누군가의 개성이 되기 때문이죠.”
그는 화장은 단점을 가리거나 진실을 숨기는 방법이 아니며, 진정한 스타일이란 자신의 모습을 진실되게 표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눈화장은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패션이든 뷰티든 디자이너인 저의 역할은 하나죠. 사람들의 개성을 좀 더 멋지게 보여주도록 하는 것, 그뿐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