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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으로 물든 기흥호 … 물고기 죽고 파리떼만

중앙일보 2013.06.07 00:36 종합 16면 지면보기
기흥저수지는 몇 년 전부터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다. 2008년 기흥저수지에서 시민들이 낚시하는 모습(왼쪽)과 녹조 현상으로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변한 지금의 기흥저수지(오른쪽). [용인 시민 박성봉씨, 윤호진 기자]


6일 오후 2시 경기도 기흥구 하갈동 기흥저수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이날 저수지는 온통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원래의 파란 물빛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물과 뭍이 만나는 자리엔 물고기 여러 마리가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죽어 있었다. 파리 떼가 윙윙대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썩어가는 '경기 3대 저수지'
하수처리장 건립, 녹조 심화
농업용수로도 못 쓸 정도
"배출수 기준 낮은 게 문제"



 이곳에서 17년째 낚시터를 운영해온 박성봉(65)씨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붕어와 베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젠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저수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박씨의 낚시터는 용인시의 수질관리 방침에 따라 올해 1월 초 문을 닫았다. 그는 하수종말처리장(기흥레스피아)을 가리키며 “8년 전 저 시설이 들어온 뒤로 저수지가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저수지 주변에 조성돼 시민들의 안식처가 됐던 기흥호수공원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수년 전부터 끊어졌다.



 경기도 3대 저수지 중 하나인 기흥저수지가 죽음의 물로 변해가고 있다. 기흥호수로도 불리는 이 저수지는 1964년 여의도 면적의 6.23배 규모(유역 면적 52.3㎢)로 축조됐다. 이후 저수지는 오산천을 따라 남하하며 용인과 화성, 오산, 평택 등 4개 시에 농업용수를 공급해 왔고 지역주민들에겐 휴식처로서의 역할도 해 왔다.



 수질이 급격히 나빠진 건 2007년부터다. 녹조 현상과 함께 심한 악취가 발생해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환경부의 수질 검사 결과, 지난해 기흥저수지 중심부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L당 11.1㎎이었다. 4급수인 농업용수 기준을 훨씬 초과한 수치였다.



 수질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와 주민들은 기흥레스피아가 수질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기흥 동백지구 등 신도시 건설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용인시는 이 하수처리장을 지은 뒤 2005년부터 민간업체에 운영을 맡겼다. 김이부 환경사업팀 차장은 “배출수의 수질 기준이 농업용수보다 낮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수처리장 배출수의 COD 법적 기준(40㎎/L 이하)은 농업용수 기준 의 5배, 질소와 인 기준은 20배다. 이에 맞춰 오수 처리를 해도 배출수가 흘러들어 저수지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여름 장마철이면 하수처리장을 거치지 않은 생활하수나 오수가 그대로 저수지에 흘러들어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용인시는 하수처리장도 문제일 수 있지만 여름철 집중호우와 기상변화 등 불가항력적인 원인이 복합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용인시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녹조 현상이 나타났을 때는 저수지 수온이 대부분 섭씨 26도 이상이었다”며 “저수지 바닥에 준설토와 퇴적오염물 등이 쌓이면서 수심이 낮아진 것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2011년 11월부터 저수지 수질 개선 사업에 467억원을 투입했다. 기흥저수지와 연결된 주요 하천의 생태 복원에도 2015년까지 74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이런 자구책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기흥저수지를 중점관리호수로 지정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게 용인시의 입장이다. 김학규 용인시장은 4일 평택·오산·화성시장 및 이 지역 국회의원 4명과 함께 기흥저수지 수질 개선을 위한 공동 결의문을 채택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환경부가 중점관리호수로 지정하면 국비를 지원받아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정부에 손을 벌리는 현상이 기흥저수지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용인=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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