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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와 30년 전쟁 아디다스의 승부수 ‘스마트칩을 달아라’

중앙일보 2013.06.05 00:57 경제 1면 지면보기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회장이 지난달 24일 런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아디다스]



4년 새 매출 38%↑ … 반격 이끄는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스포츠기업 아디다스의 미디어 행사장.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기자들이 아디다스의 신제품 스마트 축구공을 차면서 신기해 했다. 탄성 등은 일반 축구공과 똑같지만 안에 센서를 집어넣어 선수가 공을 찰 때마다 공의 속도·높이·각도 등에 대한 통계가 자동으로 감독에게 전달되는 공이다. 헤르베르트 하이너(59) 아디다스 회장은 이 제품을 소개하며 ‘혁신(Innovation)’이란 말을 강조했다.



 아디다스는 과학기술을 접목한 혁신을 무기로 나이키가 갖고 있는 업계 1위 자리 탈환을 노리고 있다. 아디다스의 글로벌 매출은 2008년 141억800만 달러(약 15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94억4300만 달러(약 21조8000억원)로 37.8% 늘었다. 2009년 4.9%로 떨어졌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8.0%로 올랐다. 하이너 회장은 “실적 향상의 원동력은 제품에 과학기술을 적용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혁신의 구체적인 의미는.



 “전자제품을 만들 듯 과학기술만 적용한다고 혁신이 아니다. 창립자인 아디 다슬러(Adi Dassler)는 ‘선수가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뛰고 더욱 월등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제품을 쓰는 선수가 더욱 좋은 기량을 낼 수 있을 때 혁신이 현실화된다.”



 -일반 소비자에게도 그런 혁신이 의미가 있을까.



 “일반 소비자도 새로운 혁신 기술의 혜택을 받기 원한다. 우리가 시장에 내놓은 축구화는 스포츠스타가 실제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가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최고의 축구화를 자신도 신고 싶어 한다.”



 이날 선보인 스마트 축구공으로 측정된 기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도 공유할 수 있다. 이 또한 아디다스가 강조하는 혁신 기술 중 하나다.



 -정보기술(IT)도 제품에 적용한 건가.



  “젊은 소비자는 첨단 기술 제품을 사려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신발 속에 넣고 운동을 하면 시간·이동 거리·최고속도 등이 측정되는 ‘마이 코치 스피드셀’은 자신의 운동기록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런 게 요즘 젊은이들의 욕구다. 오늘 선보인 축구공을 사용하면 내 실력을 세계적인 선수의 기록과 비교해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술을 제품에 결합하는 것이다.”



 1924년 독일에서 시작된 아디다스는 60~80년대까지 독보적인 존재였다. 올림픽 참가 선수의 80%가 아디다스 제품을 쓸 정도였다. 복싱의 무하마드 알리, 테니스의 슈테피 그라프 등 스포츠 스타가 모두 아디다스 제품을 썼다. 그런데 64년 창업한 미국 나이키의 ‘스타 마케팅’에 80년대 중반 밀리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미국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 ‘에어조던’ 농구화를 내놓았다. 조던은 매 경기마다 붉고 검은 에어조던을 신고 뛰었다. 나이키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타이거 우즈를 후원하면서 나이키 골프도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아디다스도 반격에 나섰다. 98년 유명 골프채 업체 테일러메이드를, 2006년에는 80년대 후반 나이키를 위협했던 브랜드 리복을 인수했다. 글로벌 스포츠행사의 공식 후원사로 나서는 전략도 주효했다. 96년부터 월드컵 공식후원사를, 2004년부터 올림픽 공식후원사를 맡고 있다. 아디다스는 대규모 대회 때마다 혁신적인 축구화를 내놓았던 것처럼 이제는 IT를 비롯한 첨단과학을 접목해 또 다른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행사 기간 런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기념해 내놓은 제품은 99g짜리 축구화다. 하이너 회장은 “이게 바로 아이폰5(112g)보다 가벼운 새 축구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나이키를 염두에 둔 듯 “우리의 혁신적인 과학기술과 아디다스 제품을 쓰는 많은 선수들 하나하나가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테일러메이드와 리복 인수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테일러메이드도 혁신 제품을 앞세워 골프채 회사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복은 피트니스와 트레이닝 브랜드로 명확하게 방향을 잡았다. 앞으로 피트니스와 트레이닝이 핵심 성장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까다로운 시장은 어딘가.



 “아직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다. 특히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같은 남유럽에서 어렵다. 미국·중국·러시아는 시장 자체가 성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쟁 역시 심해지고 있다.”



 -아디다스에 한국 시장의 의미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시험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서울 명동에서 아디다스의 한국 첫 매장을 열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한국인은 스포츠 애호가가 많고 축구에도 열광적이다. 고급 제품을 쓰고 싶어 하는 성향도 강하다.”



런던=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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