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업서 홍보·상품제작까지 다 해 … 내 별명은 'M&H'

중앙일보 2013.06.04 00:38 경제 7면 지면보기
김영휴 ㈜씨크릿우먼 대표는 “헤어웨어는 단점 보완용 가발이 아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자신이 만든 헤어웨어를 입고 나왔다. 씨크릿우먼은 전국 대형 백화점 31곳에 입점한 고급 헤어웨어 전문 업체다. [김성룡 기자]


“가발이 아니라 헤어웨어(Hairwear)예요.”

[파워 벤처 우먼] 헤어웨어 전문업체 '씨크릿우먼' 김영휴 대표
1인기업 12년 만에 연매출 90억
지난달 발명의 날 홍일점 수상
“헤어웨어, 패션 아이템 되게 할 것”



 지난달 말 인터뷰 도중 기자의 입에서 ‘가발’이라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김영휴(51) ㈜씨크릿우먼(SsecretWoman) 대표가 지적한 말이다. 김 대표의 헤어웨어는 ‘단점 보완용 가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헤어웨어는 쓰는 것이 아니라 ‘입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직장 생활 한 번 해본 적 없었다.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다 논문 학기를 3개월 앞두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두 살 터울인 딸·아들. 그의 삶은 그저 평범한 주부의 삶이었다.



 그랬던 ‘주부’ 김영휴는 이제 전국 대형 백화점 31곳에 지점을 갖춘 고급 헤어웨어 전문업체 대표가 됐다. 2001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직원 수는 어느덧 80명이 됐고, 연매출은 90억원을 넘어섰다. 헤어웨어 종류도 단발머리·긴 생머리·웨이브를 비롯해 50종이 넘는다.



 씨크릿우먼의 출발은 지극히 사소했다. 여대생 시절 김 대표는 아주머니들의 천편일률적인 머리 스타일을 볼 때마다 “난 늙어도 잘 꾸미고 다닐 거야”라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이후 우연히 보게 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여느 아주머니와 다르지 않았다. 평소 손재주가 좋았던 김 대표는 직접 재료를 구해 가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푹 꺼진 두상을 보완하고자 가발 속 캡을 복층으로 만들어 두상을 띄웠다. 그걸 본 또래 주부들의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그가 만든 ‘두상 성형’ 캡은 이듬해 특허를 받았다. 김 대표는 “몸매가 예뻐야 옷발이 잘 받듯 두상이 예뻐야 헤어웨어가 잘 받는다”며 “현재는 통풍성과 착용감까지 고려해 제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시작 후 돈·경험·관련 지식 등 뭐 하나 풍족한 것 없었던 김 대표 앞에는 골칫거리투성이였다. 지금껏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물었다. 그는 대뜸 “그래서 내 별명이 M&H다”고 말했다.



 -M&H?



 “맨땅에 헤딩. 자금이 없어서 영업부터 시작해서 홍보·상품 제작 등 협력사 시킬 일까지 스스로 다 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가장 빨리 통과하는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문제를 디딤돌 삼아 밟고 넘어가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가장 힘들었던 문제는.



 “‘아주머니, 돈 있어요? 경험은? 애들은요?’ 모든 게 걸림돌이었다. 특히 대형 백화점에 진입할 때 제일 힘들었다. 백화점은 해외나 국내의 인지도 있는 브랜드는 서로 유치하려 하지만 벤처기업에는 한없이 ‘갑’인 존재다. 그들에게 씨크릿우먼의 고급 브랜드화 가능성을 인식시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



 -왜 고급 브랜드를 고집하나.



 “헤어웨어는 하나를 팔더라도 애프터서비스까지 확실히 해줘야 한다. 손질을 잘해줘야 오래 입는데 일반 고객들은 그걸 잘 못한다. 제품이 망가지기 전까지 평생 서비스를 해주는 ‘준(俊)미용실’ 서비스가 필수다. 그러려면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게 달려온 지 어느덧 12년이 지났고 두 아이는 대학생이 됐다. 옆에서 뒷바라지 해주는 엄마 역할은 못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어시스트’ 엄마가 될 것인가, ‘멘토’ 엄마가 될 것인가. 그중 난 후자를 선택했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미처 못다 한 소통은 3년 전 만든 인터넷 ‘가족 카페’를 통해 해결한다. 인터뷰 도중 김 대표는 스마트폰을 꺼내 한참 동안 가족 카페 자랑을 이어 갔다. 보다 보니 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19일 발명의 날 기념식 때 박근혜 대통령 옆에 앉은 김 대표의 사진이었다. 그는 이날 상을 수상한 유일한 여성이었다.



 -감회가 새로웠겠다.



 “영광이었다. 현장에 여성 대통령이 있으니 확실히 분위기가 이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많이 달라졌다. 중기청 등 관련 부처 사람들이 여성 CEO를 대하는 태도도 180도 변했다. 앞으로 여성 에너지를 잠재된 미래 자산으로 보는 문화가 좀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



 -여성 CEO가 더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여성 CEO에겐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있다. 배려심 있고 섬세하며 멀티플레이에도 능하다. 내 경우엔 집안 살림을 하듯 꼼꼼하게 회사 조직·협력사·고객 모두를 챙긴다.”



 -앞으로의 목표는.



 “헤어웨어 제품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사업으로 만들고 싶다. 그날그날 컨셉트에 따라 옷을 바꿔 입듯 헤어웨어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패션 아이템이 되게끔 하는 것이다.”



글=홍상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