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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한-미 정상회담의 모호한 대목, 분명히 설명해야

중앙일보 2013.06.04 00:37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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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나 발언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대목이 애매모호하게 넘어간 게 있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망 참여,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일명 서울 프로세스)과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관계, 한-미 원자력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그것이다.


2013년 5월 9일자 31면

 정상회담에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지 않고 원칙만 확인하는 것이 관례라고는 하지만, 위의 사안들은 구체적 설명 없이 넘어가기에 너무 중대한 것들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미래와 깊은 연관이 있는 주제인 만큼, 추후에라도 박 대통령이 꼭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사일 방어에 대해 두 나라는 온도차를 보였다. 양국은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선언’에서 “북한의 도발로부터 양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동의 능력, 기술 그리고 미사일방어를 투자함으로써 함께 성공하고 함께 작전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참여 제의에 응한 것인지 아닌지 불투명하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여부는 효과, 비용, 중국과의 관계 면에서 매우 민감한 쟁점이다.



 둘째,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동북아 평화 구상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설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아시아 회귀 정책’이라고 불리는 오바마의 재균형 정책은 군사·경제적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적어도 중국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논법대로라면 서울 프로세스가 대중 포위정책의 하위 수단이라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셋째, 우리나라의 안보, 경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 원자력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상회담에서 나온 말만 가지고는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돌려받는다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한-미 원자력협정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휘를 했는데 무슨 성과를 거뒀는지 모호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충실한 이행이란 말 속에 재협상의 여지가 없어진 것 아닌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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