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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로테이션' 신호 vs 막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

중앙일보 2013.06.04 00:26 경제 4면 지면보기
4월 말 동양증권의 신탁상품에 1000만원을 맡긴 직장인 김모(42·강남구 역삼2동)씨는 3일 오후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신탁상품에 1년 만기로 편입된 미국 국채 인버스 ETF(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펀드)가 가입 50일 만에 목표수익률(7.9%)를 달성해 환매됐다는 전화였다. 김씨는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이렇게 빨리 수익률이 날 줄은 몰랐다. 좀 더 많이 맡기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금리 한 달 새 0.5%P 급등 … '양날의 칼' 글로벌 금리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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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기에 자연스러운 현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금리 상승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미국은 양적완화(QE)가 조기에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국채금리(10년물 기준)가 지난달 31일 2.13%까지 올랐다. 월초보다 0.5%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금리도 오름세다. 한국과 일본·독일의 국채금리도 지난달 0.3%포인트가량 일제히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투자등급 채권시장의 성과를 보여주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세계시장지수가 지난달 1.5% 하락해(금리 상승) 9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3일 보도했다.



한국 등 이머징 시장 수혜 기대감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발 빠르게 금리 전망치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JP모건은 기존 연 1.85%였던 미국의 올 3분기 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연 2.25%로 대폭 올렸다.



 이런 금리 상승은 경기회복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의 징조로 본다. 미국시장에선 지난 60년간 채권금리가 S&P배당수익률보다 항상 높았다. 예외는 딱 두 차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시 나타났던 둘 간의 역전은 2011년 여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고착화됐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뚝 떨어지면서 채권 값이 계속 강세(채권금리 하락)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예외적인 역전은 지난달 금리 급등으로 다시 정상화됐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금리와 배당수익률의 관계가 본래 모습대로 돌아왔다는 것은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미국·일본 증시가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 등 이머징 시장의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 모기지 금리 들썩 … 부동산시장 부담



 실제로 미국 경제지표 호조 소식에 지난달 29일 외국인들은 서울 국채선물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국채를 던졌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는 36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한국도 금리 상승이라는 중기 추세 전환이 확실해졌다”며 “당분간 숨 고르기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달 말 경제지표의 개선이 뚜렷해지면 금리 상승이 본격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경기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빠른 금리 상승이 경기회복에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미국은 벌써부터 장기 모기지 금리가 들썩거리며 막 살아나는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각국 금리 상승 속도 조절 나설 듯



국가채무가 GDP(국내총생산)의 245%에 달하는 일본은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 스티븐 체케티 BIS(국제결제은행) 통화·경제부문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들의 채무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금리 리스크로 인한 손실은 은행권은 물론 가계와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각국이 금리 급등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8년 이후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때문에 이들이 ‘부채의 화폐화’(monetarization·정부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 국채를 사들이는 것)를 쉽게 멈추기는 어렵고 더욱이 빠른 금리 상승을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한화투자증권 김성현 연구원은 “금리 상승 압력이 있지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6∼2.5%에서 주식과 채권이 서로 줄다리기하는 소순환 흐름 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아직 미국의 경기침체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는 물론 2014년에도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QE 규모야 언젠가 축소되겠지만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금리 리스크에 너무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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