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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대생 보국은 취업 아닌 창업

중앙일보 2013.06.04 00:10 종합 23면 지면보기
댄 셰흐트만
“너 자신을 믿어라 .”


노벨화학상 셰흐트만 교수
'너 자신을 믿어라' 평생 화두
"한국선 호암 이병철 롤 모델"

 댄 셰흐트만(72) 이스라엘 테크니온대 교수는 201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진 적잖은 설움을 당했던 학자였다. 지난달 30일 호암포럼과 31일 호암상 시상식 참석차 방한한 셰흐트만 교수는 1일 출국 전 본지와 만나 서럽고 외로울 때마다 자신에게 다짐했던 말을 들려줬다.



 셰흐트만은 1982년 세상의 모든 고체 물질이 금속과 같은 결정질(Crystal) 물질, 유리와 같은 비정질(Amorphous) 물질로만 존재한다는 기존 학계의 정설을 뒤엎는 물질을 최초로 발견했다. 결정질과 비정질의 중간인 준결정(Quasicrystal) 물질이었다. 100년 이상 과학자들이 믿어온 결정구조에 대한 통설에 반하는 발견이라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셰흐트만 교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여러 번 같은 실험을 하고 전자현미경을 통해 확인한 결과 준결정이 존재한다는 내 주장이 옳았다”며 “나의 전문가적 역량을 믿었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내 말을 믿어주는 학자들이 늘었고, 결국 30년이 지나 노벨상을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셰흐트만 교수는 한국에서 아직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혁신성을 지적했다. 논문의 수는 많이 늘었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는 세계 선두그룹을 뒤따라 가는 실적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셰흐트만 교수는 이스라엘 내에서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는 전도사로 더 유명하다. ‘기술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과목을 만들어 27년째 강의해왔다. 이스라엘의 이공계 출신 가운데 엘리트로 꼽히는 테크니온대 1만여 명이 그의 수업을 거쳐갔다. 셰흐트만 교수는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몫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미 국립보건원(NIH)의 자금을 받아 생분해 스텐트를 제조하는 디마그라는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이공대생이 국가와 사회에 보답하는 길은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세우고 키워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셰흐트만 교수는 “젊은 학생들에게 창업의 롤 모델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신의 강의에 성공한 기업인을 초빙한다. 워런 버핏에게 이스라엘의 대표적 중공업 기업 이스카를 매각한 스테프 베르타이머가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에선 호암 이병철 회장이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 이후 자금을 조달해 기업을 키워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그의 소명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절대 창업을 위해 가족들에게 손을 벌리지 마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가족관계가 깨질 위험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주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한 번 실패한 기업가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에 투자 받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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