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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멋 살리고 내부는 아파트처럼 … 개량 한옥이라 참 좋아요

중앙일보 2013.05.31 03:55 1면



강화도 한옥마을에 일년 살아보니

벗에게.



여름이 성큼 다가왔구나. 부쩍 더워진 날씨에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요즘 아침마다 개구리 울음소리와 새 소리에 눈을 뜬단다. 대자연을 벗삼아 지내다 보니 아직 더위를 느낄 새가 없는 것 같구나.



내가 이 곳 강화도 양도면 삼흥리 한옥마을로 이사온 지도 어느덧 일년이 되었네. 남편과 내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귀춘당(貴春堂)’이라고 이름 붙인 우리 한옥 집. 지난해 이맘때쯤 우리집 마당에선 작은 파티가 열렸었지. 한옥 집들이는 처음이라고 네가 그랬었던가. 나에게도 한옥은 첫 경험, 첫 정이야.



2011년 킨텍스 건축박람회장에서 처음 한옥을 접하고 멋스런 한옥의 정취에 푹 빠져서 한옥 짓고 살겠다며 전주 한옥마을까지 내려갔던 일 기억하지? 덕분에 그때 한옥 공부도 하고 지금은 이렇게 산과 바다가 보이는, 남편의 서울 출퇴근도 가능한 곳에 한옥을 마련하게 됐잖니.



경기도 고양시 일산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내가 강화 한옥으로 이사한다고 했을 때 다들 걱정했지. “유배를 가느냐?” “칩거생활을 하려고 그러느냐?” 등등.



그건 기우에 불과했단다. 15층 아파트에서 살 때는 답답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문만 열면 사계절의 변화가 몸으로 느껴져. 마당에서 정원과 텃밭을 가꾸고, 일반 전원주택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옥의 ‘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다 맑아진단다. 메말랐던 감성이 소녀적 감성으로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그러는지 다들 우리집에 놀러 오면 집에 돌아갈 생각을 안 해서 큰 일이란다.



그런데 전통 한옥에서 살았다면 지금처럼 살긴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해. 한옥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개선한 개량 한옥이기 때문에 불편함 없이 살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방 3개, 화장실 1개인 우리 집은 공사비가 3.3㎡당 60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게 지어진 개량 한옥이야. 나무·기와 등 한옥의 기본 재료를 사용해 한옥의 멋은 유지하면서 주거 편의를 높였어.



전통 한옥과 가장 다른 점은 화장실이 아닐까 싶네. ‘처가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옛 말 들어봤지? 전통 한옥에는 냄새 때문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뒷간’이 있었지만 개량 한옥에서는 뒷간이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됐어. 내부도 주방과 거실이 붙어 있는 구조라서 편리해.



 ‘한옥은 춥다’라는 단점도 어느 정도 해결됐단다. 천장에 서까래를 얹기 전에 단열재로 마감한 이중지붕 구조 덕이지. 전통 창호에 현대화된 시스템 단열창을 접목한 것도 한몫 했어. 지열난방을 사용하면 난방비를 포함한 전기요금이 한 달에 10만원 정도라 우리 집도 지열난방으로 바꿀 계획이야.



 우리 집을 시공한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대 한옥은 IT(첨단정보기술)를 접목한 패시브하우스”라는 것이지. 전문 시공업체를 통해 이 집을 마련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다음엔 한옥을 직접 지어보고 싶구나. 툇마루와 불을 지피는 구들방도 만들고 싶단다.



 참! 요즘 야심 차게 계획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아들 결혼식을 우리 집 마당에서 전통 혼례로 하면 어떨까 싶은데… 아들은 싫다고 펄쩍 뛰지만 한옥 앞마당에서 올리는 전통 혼례. 생각만 해도 뜻 깊을 것 같구나. 조만간 아들 결혼식에 초대할 테니 그때 다시 ‘귀춘당’에서 보자꾸나. 귀춘당에서 춘실이가.



정리·사진=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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