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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들이 격돌한다

중앙일보 2013.05.30 00:52 종합 26면 지면보기
‘명불허전(名不虛傳)’의 경쟁이다.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의 백미인 ‘올해의 뮤지컬’ 부문에선 이미 세계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 격돌한다. 올 초 문화계 키워드로 떠올랐던 ‘레미제라블’이 앞서 가는 가운데, 독특한 개성의 라이선스 작품과 창작 뮤지컬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앙일보·JTBC·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JTBC가 생중계하는 더 뮤지컬 어워즈는 다음달 3일 오후 6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관람 티켓은 27일 인터넷 예매 20분 만에 매진됐다.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올해의 뮤지컬’ 후보

[그날들] 김광석 음악, 파격적 해석 눈길



후보작 중 유일한 창작 뮤지컬이다. 1990년대를 풍미한 가수 고(故) 김광석의 노래를 발칙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했다. 유준상·오만석 등 주연 배우의 흥행파워와 입소문이 맞물려 ‘레미제라블’과 티켓 판매 순위를 다투고 있다.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호흡을 맞춘 장유정(작·연출)·장소영(편곡·음악감독) 콤비는 김광석의 친숙한 음악에 스토리를 끼어 맞추는 대신,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는 탄탄한 이야기를 빚어냈다.



 청와대 경호원들의 사랑과 우정, 20년을 넘나드는 미스터리가 수천 가닥의 실로 장식된 무대, 남성들의 힘 있는 군무 등과 함께 펼쳐진다. 이야기 흐름에 따라 편곡된 음악도 기발하다.



단, 김광석 음악 특유의 쓸쓸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게 단점이자 강점이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파격적이고 영리한 작품이다. 오래갈 수 있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의 탄생이 반갑다”고 했다.



[라카지] 동성애 편견 녹인 연기의 힘



과연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이가 우려했다. 1983년 브로드웨 초연 이후 토니상을 3번이나 수상한 화제작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민감한 동성애를 다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에 그쳤다. 지난해 여름 첫선 이후 연일 화제가 됐다. “한국 뮤지컬의 영역을 한 단계 넓혔다”는 호평도 받았다.



 프랑스 극작가 장 프와레의 희곡을 바탕으로 했다. 게이 커플 조지와 앨빈이 아들을 보수 정치인의 딸과 결혼시키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을 담은 코미디다. 라스베이거스쇼를 연상시키는 휘황찬란한 게이쇼와 훈훈한 가족 드라마가 버무려졌다. ‘나는 나일 뿐(I am what I am)’ 등 귀에 익숙한 노래도 매력적이다. 밝고 사랑스러운 아줌마 앨빈을 능청스럽게 소화한 정성화 등의 호연이 눈에 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성화의 힘차고 진정성 있는 연기가 소재 자체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마저 녹였다”고 평했다.



[레미제라블] 오리지널 뛰어넘는 한국어 버전



특별한 설명이 필요할까. 공식 한국어 버전이 이제야 올라간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하소설을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와 작곡가 클로드 미셸 손버그가 최고의 상업뮤지컬로 빚어냈다. 국내 첫 한국어 공연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도 하늘을 찔렀다. 결과는 대성공. 고희경 교수는 “한국어판의 높은 완성도는 우리 뮤지컬이 질적으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또 배우층이 그만큼 탄탄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1985년부터 런던 웨스트앤드에서 공연 중인 오리지널 무대와 조금 다르다. 뮤지컬 25주년을 기념해 해외 투어판으로 제작한 새 버전이다. 웅장한 회전식 무대가 사라진 대신, 음악이 보다 짜임새 있고 강력해졌다. 한국어로 재탄생한 유명 넘버들이 전하는 감동은 오리지널을 능가한다. 이번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남녀조연상 등 총 11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과연 최종 성적은 어떻게 나올까.



[레베카] 무대로 되살아난 히치콕의 영화



상반기 최고 화제작 ‘레베카’의 성공비결은 낯설음이다. 레베카라는 의문의 여인을 둘러싼 비틀린 사랑과 집착, 의문의 죽음 등을 다룬 보기 드문 미스터리 뮤지컬이다.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으로 알려진 미하엘 쿤체(극작)·실베스타 르베이(작곡) 콤비가 손을 잡았다. 2006년 오스트리아에서 빚어졌고, 유럽·일본 등을 거친 후 한국에 입성했다.



 장중하면서도 몽환적인 음악이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제대로 살린다. 특히 검은 옷으로 일관하는 댄버스 부인(옥주현·신영숙)이 부르는 메인 테마 ‘레베카’는 관객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원종원 교수는 “현대음악으로 만든 오페라 무대를 보는 듯 하다”고 평했다.



 무대도 특별했다. 으스스한 느낌의 대저택과 위태로운 해안 절벽이 다채로운 영상과 함께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유럽 오리지널 버전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도발적인 원작 생명력 그대로



브로드웨이 고전 뮤지컬 중 이만큼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되는 작품도 드물다. 예수가 죽기 전 7일간의 행적을 유다의 시선으로 되짚는다. 연출자에 따라 성스러운 무대가 되기도 하고, 종교색이 전혀 없는 현대적 록뮤지컬이 되기도 한다. 스무 살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71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린 오리지널 버전은 ‘불경’이라는 딱지가 붙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반면 2004년 한국어 버전은 찬송가 메들리를 듣는 듯 ‘영성 충만’ 했다.



 스타 연출자 이지나의 손을 거친 이번 무대는 교리적으로 무난한 해석을 택한 대신, 음악으로 작품의 도발적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역동적이고 재기 발랄하게 편곡된 음악은 오리지널 OST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오른 마이클 리와 박은태의 예수 연기 역시 발군이다. 정수연 한양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는 “뮤지컬의 힘은 결국 음악에서 나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6월 3일 오후 6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JTBC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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