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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망언 속상하지만 연극인의 우정은 계속돼야

중앙일보 2013.05.30 00:48 종합 27면 지면보기
히라타 오리자
“응, 아.” “그쵸?” “흠.” “어?” “오-”


희곡집 출간 맞춰 서울 온
일본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

 짧은 간투사로 툭툭 치고 가던 연극은 “어디로도 더 가고 싶지 않아”라는 쓸쓸한 한마디로 끝난다.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51·平田オりザ,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센터 교수)의 2008년 작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싱겁고 건조하다.



 과장된 극적 대사들이 흘러 넘치는 기존 무대에 반기를 든 그의 조용하고 담담한 연극엔 ‘현대 구어극(口語劇)’이란 이름이 붙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살아있는 말이 숨 쉰다는 뜻이다. 대학 2학년 때 만든 극단 세이넨단(靑年團)의 대표로 30년을 활동하며 인간 혹은 세계 그 자체를 정밀하게 묘사하는 데 일가를 이뤘다.



 히라타가 ‘도쿄 노트’ ‘모험왕’ ‘과학하는 마음’ 등 그의 대표작 7편을 묶은 희곡집(현암사) 출간에 맞춰 서울에 왔다. 29일 오후 만난 그는 “과격한 자극과 과잉 정보에 치여 피로한 도시 생활자에게 자기가 누구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 1984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뒤 한일 연극계에 끼친 영향이 크다.



 “내 희곡을 많이 상연해줘서 고맙다. 결국 언어 문제인데 한국어와 일본어의 구조가 비슷하기에 고민의 실마리를 풀기도 좋았고 더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의 망언으로 (우리의 연대가) 엉망이 돼 속상하지만 정치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연극인, 세계인으로서 우정을 계속 나누자.”



 - 언어와 도시가 당신 연극의 두 축인가.



 “한국과 일본은 서양 근대연극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말에 대한 이질감을 키우는 잘못을 반복해왔다. 너무 연극적인 대사를 하다 보니 현실과 무대가 분리된 것이다. 생활의 생생함이 살아있는 대화를 배우에게 줘야 한다. 기존 연극은 규격화한 나날이 지겨운 도시인에게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축제 구실을 해야 한다고 지레 법석을 떤 감이 있다. 연극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답을 내는 곳이다. 나는 도시의 고독한 관객을 기다린다.”



 - 동일본 대지진 뒤 마음의 변화라면.



 “아직도 얼떨떨하다. 천천히 조금씩 다루려 한다. ‘이번 생은 참기 힘들어’의 재공연에서 살짝 언급했다. 내후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이다. ‘신모험왕’을 두 나라 연극인 공동작으로 만들고 싶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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