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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 그 강렬함에 빠져보세요

중앙일보 2013.05.30 00:47 종합 27면 지면보기
첼리스트 장 기앙 케라스(46)의 연주엔 젊은 생명력이 담겨있다. 외모도 나이에 비해 십 년은 젊어 보인다. “음악가의 얼굴은 그가 연주하는 음악을 닮아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진 장 기앙 케라스 홈페이지]


“로테르담필의 음악은 삼투 현상(액체나 용액의 분자가 작은 막의 구멍을 통과하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어요. 자신도 모르게 젖어 드는 게 로테르담필의 음악입니다.”

스타 첼리스트 케라스 인터뷰
6월 9일 성남아트센터서 공연
형식에 매이지 않는 음악 할 것
11월에는 바흐 연주 기대하세요



 클래식 음악가를 인터뷰하며 과학책에서나 나올 법한 전문용어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사진으로 봤던 것 만큼 학구적인 음악가일 것으로 상상했다. 하지만 그의 연주를 듣곤 그것도 선입견이란 걸 확인했다.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첼리스트 장 기앙 케라스(Jean-Guihen Queyras·46) 얘기다. 케라스는 다음달 9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4~18만원. 031-783-8000)에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1918년 창단한 로테르담필은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2008년까지 이끌었던 그 악단이다.



 현재는 캐나다 출신 야닉 네제 세겡(38)이 음악 감독을 맡고 있다. 도전적인 30대 지휘자와 물이 오른 40대 연주자가 만나는 이번 공연은 차세대 비르투오소(virtuoso·숙련된 명인)의 탄생을 알리는 무대다.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는 보기 드문 첼리스트 케라스를 e메일로 만났다.



 - 로테르담필을 평가하자면.



 “지휘를 맡고 있는 야닉 네제 세겡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교향악단 곳곳에 섬세하게 스며들면서 자신의 음악을 표현한다. 악단이 가진 특유의 강렬함과 집중력이 음악에 묻어있다.”



 첫 무대는 네덜란드 작곡가 바게나르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서곡으로 가볍게 출발한다. 다음으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이 이어진다. 협주곡이지만 사실상 독주곡이라 할 수 있는 곡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첼로가 음악 전체를 이끈다. 때문에 첼리스트 기량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곡 중 하나다. 마지막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으로 채운다.



 -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은 어떤 곡인가.



 “매우 강렬한 곡이다. 첼리스트가 주도하면서 움직이는 곡이면서 음악적 짜임새가 완벽한 곡이기도 하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케라스는 세 살 무렵 프랑스로 건너갔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그는 2008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앨범을 발표했다. 클래식 음반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발표한 이 앨범은 각종 상을 휩쓸었다. 프랑스 최고 음반상인 디아파종 도르(Diapason d’Or)와 디아파종 올해의 CD상 등을 수상했다.



 이 앨범은 바흐 마니아들이 한 번씩 거치는 성지순례 코스가 됐다. 유튜브에 등록된 케라스의 바흐 무반주 첼로 연주 동영상은 클래식 음악으로 매우 이례적으로 조회수 16만을 넘어섰다.



 케라스는 경건하고 영적인 충만함을 강조한 다른 첼리스트와 다른 길을 택했다. 조금 더 활기차고 빠르다. 그리고 역동적이다. 그러면서 신중함이라는 바흐의 철학을 잇는다.



 - 당신의 바흐 연주가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스승이었던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Anner Bylsma)에게 바흐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하모니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선생님은 음악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그러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방법을 함께 알려주셨다.”



 - 바흐 앨범에 무엇을 담으려 했나.



 “바흐 음악이 가진 다양함을 연주하고 싶었다. 그의 음악에는 춤과 노래(singing), 그리고 연설(speaking)이 있다. 또 삶을 사랑하는 무한 긍정 등 다양한 색깔을 담고 있다.”



 케라스가 직접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다섯 달 후에 들을 수 있다. 11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그의 첫 한국 독주회가 열린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과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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