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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중 16명이 맞벌이 가정 아이 여럿이 남으니 잘 놀고 관리 쉬워"

중앙일보 2013.05.30 00:42 종합 4면 지면보기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1층 가정어린이집 박명숙(48·가명) 원장은 맞벌이 가정 자녀 위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상당수 어린이집이 맞벌이 가정 자녀를 꺼리는 것과는 반대다.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20명의 영·유아 중 16명이 맞벌이 가정 아이다. 박 원장은 “나 역시 아이 낳고 한 달도 채 안 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했다”며 “직장맘들이 얼마나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이들의 사정을 모른 척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직장맘 위주 어린이집 박명숙 원장

 -맞벌이 가정 아이가 더 힘들지 않나.



 “그런 아이들은 돌보는 절대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다른 어린이집은 애들이 일찍 귀가하지만 우리 집은 다르다. 오후 5시가 지나도 열 명 넘게 남는다. 아이들이 많은 게 오히려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 또래끼리 그룹으로 모여서 놀이를 즐긴다. 여럿이 함께 어울리기 때문에 불안해서 울거나 멍하니 앉아 TV만 보면서 시간만 보내는 아이는 없다.”



 -보육교사들이 힘들어할 텐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후 6시가 되면 보육교사들은 퇴근하게 한다. 남은 애들은 내가 직접 돌본다.”



 -부모들이 만족하나.



 “직장 일에 바쁜 부모들과 함께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운영한다. 모든 예산·결산 자료를 상세하게 작성해 부모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들과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다.”



 -맞벌이 가정 자녀를 기피하는 데가 많은데.



 “사업적인 관점에서 ‘내 돈으로 어린이집을 차렸으니 그 이상으로 돈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운영하면 당장의 이익만 따지게 된다. 보육에 대한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애로사항이 없나.



 “없기야 하겠나.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 불만의 책임을 원장들에게만 돌릴 수도 없다고 본다. 교사들에게 하루 8시간 근무 여건을 맞춰주려면 오후 4~5시에서 오후 7시30분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할 보조교사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비가 별도 예산으로 지원되지 않는다. 한 달에 30만~40만원 받고 파트타임으로 일할 교사를 구하기가 어렵다. 정부·지자체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박 원장은 “맞벌이 가정 자녀 전용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자체가 대기자를 직접 관리하며 어린이집과 가정의 거리를 따져 근거리 원칙에 따라 어린이집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박 원장이 실명이 드러나는 것을 간곡히 사양해 가명으로 처리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지영·고성표·장주영·이승호·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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