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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의 진화 … 9이닝 지배하는 에이스로

중앙일보 2013.05.30 00:37 종합 6면 지면보기
“류현진은 바보다. 아직 멀었다.”


류현진 완봉쇼 LA 홀려 … "6200만 달러 몸값 과잉? 바겐세일 가격 만들어"

 김인식(66) 전 한화 감독은 2008년과 2009년 이런 말을 몇 차례 했다. 류현진을 따로 불러 야단을 쳤고, 기자들에게도 “류현진은 바보다. 기사로 꼭 써 달라”고 했다. 어리둥절한 일이었다. 2006년 프로야구에 데뷔하자마자 대한민국 최고 투수로 활약한 투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평가였다.



 ‘바보’ 류현진이 29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거뒀다. 만 26세의 나이에,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지 11번째 등판에서다. 이 경기는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ESPN은 홈페이지에 ‘완벽한 셧아웃 게임을 펼쳤다’고 류현진을 극찬하며 ‘오늘의 최고 선수(MLB Daily Leaders)’로 선정했다. 미국에 ‘RYU’라는 브랜드가 확실히 각인된 날이었다.



 ◆‘바보’가 ‘괴물’이 되기까지



김 전 감독은 이날 류현진의 피칭을 보며 몸을 들썩거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피칭을 이어가는 제자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는 “나도 그라운드에 있는 것처럼 흥분이 되더라고. 잘했어, 정말 잘했어”라며 웃었다.



 한화 시절 김 전 감독은 류현진에게 달콤한 칭찬보다 독한 꾸지람을 자주 했다. 그는 “현진이가 프로 3~4년째 되면서 일부러 독한 말을 많이 했지. 공만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진짜 에이스가 돼야 한다고 자주 혼냈어”라고 말했다.



 당시 류현진의 힘과 기술은 이미 완성 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은 엉덩이를 두드려주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그때 한화가 워낙 약했잖아. 수비 실책이 잦았고, 불펜투수들이 부진할 때가 많았어. 근데 이 녀석이 슬슬 마운드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거야”라고 회상했다. 김 전 감독은 류현진을 불러 “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다. 진짜 에이스는 동료들 실수까지 껴안아야 한다”고 호통쳤다. 류현진은 “알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전 감독은 “SK 김광현이 2008년 엄청나게 잘했잖아. 현진이가 광현이를 의식하는 것 같더라고. SK는 수비와 불펜이 워낙 좋으니 현진이는 그게 부러웠겠지. 동료들이 못하면 신경질도 났을 거고. 그런데 에이스가 남 탓을 하면 되나? 따끔하게 야단쳤지”라고 했다.



 채찍은 류현진의 심장을 강하게 했다. 동료가 부진하거나 실수를 하면 오히려 생글생글 웃었다. 너무 태연해 바보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는 “일부러 실책을 하는 선수가 어디 있나. 삼진으로 잡지 못한 내 잘못이다”라고 했다.



 이후 한화 타선과 수비진, 불펜진은 점점 나빠졌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홀로 분투하는 그에게 ‘소년가장’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역경은 류현진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괴물이 됐다. 그 때문에 류현진은 김 전 감독을 깊이 존경한다. 미국에 진출한 이후에도 등판을 마치면 빼놓지 않고 국제전화를 한다.



 ◆세계적 ‘명품 투수’ 반열에



이날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은 마운드를 내려오는 류현진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중에는 류현진 유니폼을 사 입고 온 교민도 꽤 많았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한화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이지만 류현진은 벌써 6승(2패)을 거뒀다. 그런 류현진은 캘리포니아 지역 65만 한국 교민의 자랑이 됐다.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시절(1994~2001년)처럼 교민들은 류현진을 통해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지난겨울 다저스는 이적료와 류현진의 6년 연봉을 합해 총 6200만 달러(약 700억원)를 투자했다. 미국은 한국 프로야구를 한참 아래로 보기 때문에 다저스가 지나친 투자를 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류현진의 완봉승은) LA 다저스가 지불한 몸값을 바겐세일 가격처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꽤 비싸게 샀지만 류현진의 가치는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김식 기자

◆류현진을 향한 현지 언론의 찬사



“ 류현진이 에인절스 타선을 베어냈다(mowed)” “LA 다저스가 지불한 6200만 달러의 몸값을 바겐세일(bargain sale) 가격처럼 만들었다” - MLB.com



“‘ 올해의 발견(Discovery of the year)’ 같은 호투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 LA 타임스



“ 류현진이 모든 것을 해낸 경기였다. 완벽한 셧아웃(Complete game shutout)” - ESPN



“ 류현진은 마운드에서만 압도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타석과 필드에서도 몇 가지 기술을 보여줬다” - AP 통신



“ 한국에서도 이렇게 잘 쳤나” -ESPN 칼럼니스트 팀 커크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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