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청년 변호사, 해외에서 승부하라

중앙일보 2013.05.30 00:32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지난 19~24일 기자는 싱가포르·홍콩의 국제중재센터를 둘러봤다. 27일 서울 서린동에 문을 연 서울국제중재센터(SIDRC)의 경쟁력·개선점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중앙일보 5월 27일자 17면, 28일자 16~17면]



 싱가포르 중재센터에선 유지연(42·여) 변호사를 만났다. 캐나다·호주·영국·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변호사 25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유 변호사는 “국내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 국제중재 분야에 매력을 느껴 지난해 이곳으로 옮겼다”며 “한정된 국내 송무시장에서 일감을 두고 싸우기보다 좀 더 생산적인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로펌 근무 시절 알게 된 멘토 마이클 황 변호사(국제중재인)와 3년 동안 e메일을 주고받으며 진로를 상담한 끝에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홍콩 중재센터에서 만난 전호찬(30) 변호사도 19명의 세계 각국 변호사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전 변호사는 미국 보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지난해 홍콩 중재센터에 취업했다. 그는 “대학 시절 윌리엄 파크 교수(국제중재인)를 찾아가 ‘ 경험을 쌓고 싶다’며 매달렸다. 결국 허락을 받아 1년 동안 일한 경험이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 TV도 없는 단칸방에서 생활을 하는 게 쉽지 않지만 국제중재 전문가로 성장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했다.



 두 변호사는 판사·검사로 임용되거나 로펌·기업 취업을 원하는 게 진로의 전부인지 아는 한국 변호사 업계에서 ‘개척자’나 다름없다. 서울국제중재센터엔 승무원 출신으로 모의국제중재대회 입상 경력을 가진 로스쿨 1기 졸업생 기미진(34·여) 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이들을 취재하며 취업난을 겪는 한국의 청년 변호사들이 떠올랐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6개월 무급 연수 프로그램엔 로스쿨 졸업생 700여 명이 몰렸다. 지난해(460여 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부터 로스쿨 1·2기 출신 변호사 2900여 명이 배출되는 등 급격히 늘어난 신규 변호사들의 취업난과 무관하지 않다.



 국제중재 전문가들은 “외국어 실력, 다양한 경력을 갖춘 로스쿨 졸업생들이 해외로 눈을 돌렸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김갑유 서울국제중재센터 사무총장(변호사)은 “국제중재 분야는 떠오르는 ‘블루오션’”이라며 “해외 중재센터에서 한국 변호사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 경쟁적으로 채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변호사에 대한 대우가 예전 같지 않다. 청년 변호사 스스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눈을 넓히는 시도도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서 뛰는 청년 변호사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