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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효성 본사 주요 장부 싹쓸이

중앙일보 2013.05.30 00:31 종합 8면 지면보기
29일 오전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직원 수십 명이 들이닥치자 효성 직원들이 아연실색했다. 사전 통보도 없는 전격적인 방문이었다. 조사 요원들은 회계 장부 등 주요 문서를 싹쓸이해갔다. 조사요원들은 이날 OCI 본사 사무실에도 나타났다. 두 회사는 모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만들었거나 관련된 곳들이다.


재계, 역외탈세 조사에 긴장
효성 “페이퍼컴퍼니와 무관” 거론된 기업들도 종일 촉각
탈세 통로로 의심받는 홍콩, 국세청 “해외계좌 집중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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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시작됐다. 국세청이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계는 그래서 더 긴장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세청은 현장 조사에 들어가면 빈손으로 나오는 법이 없는 조직”이라며 “국세청이 역외탈세 문제와 관련해 이미 축적해 둔 분석 내용이 상당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가장 긴장한 곳은 그동안 역외탈세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이다. 효성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명단에 이름이 거론됐던 다른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이들은 회사 경영과 관계없는 임직원 개인의 문제라는 점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다. 효성 측은 “그룹을 경영하는 조석래 회장과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조욱래 회장은 사업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현직 임원이 역외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한진해운 측은 “(세무조사) 통보가 오거나 국세청 직원이 온 것 없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뉴스타파가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이 포함된 명단을 발표하자 한진해운은 “최 회장이 2008년 10월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와 공동명의로 회사와 무관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은 맞지만 이후 필요성이 없어져 2011년 11월께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시기가 최 회장이 한진해운 회장으로 취임한 시기와 맞물리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름이 거명됐던 한진그룹 관계자도 “아직까지 세무조사는 없다”며 “조 전 부회장은 1990년대 이후 한진그룹 실무와는 무관해 한진그룹이 세무조사를 받을 일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역외탈세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손에 잡히는 결과를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국내 회사 자료를 걷어간 후에도 해외에서 확인할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국현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정밀 분석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홍콩을 주목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금융 네트워크도 발달돼 있어 이곳을 통해 각종 거래를 하는 법인이나 개인 가운데 탈세 혐의자가 많아서다. 특히 탈세 혐의자는 홍콩의 대행사를 통해 버진아일랜드 등 다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반대로 다른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홍콩에 계좌를 개설하고 국내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 299억원과 과태료 20억원을 부과받은 한 도매업자도 비슷한 방법을 썼다. 그는 중국과 동남아에 현지 공장을 설립해 사업을 하면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그는 해외 공장으로부터 각종 배당을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받은 뒤 이 돈을 해외계좌에 숨겨뒀다. 금융투자회사의 사주인 A씨 역시 2000년 홍콩의 법인 설립 대행회사를 통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는 이 페이퍼컴퍼니에 수백억원을 송금한 뒤 이 자금으로 ‘검은 머리 외국인(외국인을 가장한 국내 투자자)’ 행세를 했다. 국내외 주식 등에 투자해 올린 수익은 100여억원. 그러나 그는 한 푼도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홍콩을 비롯한 해외계좌에 숨겨놓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처럼 홍콩을 경유한 탈세 혐의자가 많아 홍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발적인 탈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역외탈세 추적에 유예기간을 두자는 의견도 있다. 자유경제원 최승노 박사는 “이번 페이퍼컴퍼니 공개는 여론몰이식 재판으로 가고 있다. 그것보다는 이런 숨은 돈이 양성화할 수 있도록 일정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 금융실명제도 전격 실시됐지만 유예기간을 둬서 지하 자금이 양성화될 융통성을 발휘했다”고 지적했다.



김창규·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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