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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협동조합, 창조경제의 보완재

중앙일보 2013.05.30 00:31 종합 33면 지면보기
강승구
재단법인 행복세상 사무총장
협동조합지원센터장
협동조합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테파노 자마니 볼로냐대 교수의 고희를 기념하는 콘퍼런스가 지난 3월 13일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특임장관실·재단 공동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부·시민단체·대학·협동조합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특강을 했던 자마니 교수는 당시 한국이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한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의 질문에 많은 사람이 삼성 등 10여 개의 대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담당해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협동조합을 활성화하려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자마니 교수는 이를 듣고 한국인들이 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 지적은 사회적 가치의 실현보다는 경제적 이익 추구에 더 몰두하는 이탈리아 협동조합에 대한 경고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이 세계 9위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자율적인 경제’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 자유를 의미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마니 교수의 지적은 한국 협동조합의 발전적인 방향에 대해 많은 점을 시사한다.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5개월이 지난 지난 4월 말까지 1087개의 협동조합이 설립을 추진해 919개의 일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24개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았다. 하루에 6.3개 정도가 설립된 셈이다. 협동조합 열풍이 불고 있다.



 협동조합은 1844년 영국에서 시작돼 이미 170여 년의 역사가 있다. 한국에서도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 제정 이후 농협 등 협동조합이 설립돼 적지 않은 경험이 있다. 협동조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좌우 이념대립의 격랑 속에서 존립을 위협받기도 했고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는 합병 등 구조조정의 시련을 거치기도 했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사회적·경제적 역할을 새롭게 조망하게 된 것은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다. 현재도 계속되는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며 국제사회는 새로운 경제 모델로 협동조합을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협동조합은 경제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일깨워줬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해 각국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갖출 것을 권고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협동조합의 역사적 역경에서 얻은 교훈과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조명하면서 사회적 경제의 원동력으로 협동조합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협동조합을 시장경제의 핵심인 주식회사나 자본주의 경제모델의 ‘대안’으로 주장하거나 정치적으로 협동조합을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굳이 자마니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협동조합은 시장경제하에서 주식회사 등 자본주의 경제 모델을 전략적으로 상호보완하는 동반자다. 돈이 지배하는 주식회사와는 달리 협동조합은 1인1표제를 통해 사람이 지배하는 경제모델이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즉 인적 네트워크가 기반이 되는 사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가장 큰 재산이자 무기는 복지·환경·고용·교육·돌봄 등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조합원들의 민주적 운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1인1표제다. 이런 장점을 잘 살려 협동조합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를 전략적으로 상호보완할 수 있는 제도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가치와 철학을 한국 사회에 널리 확산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협동조합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환경을 신속하게 조성하고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강 승 구 재단법인 행복세상 사무총장 협동조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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