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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하라

중앙일보 2013.05.30 00:30 종합 34면 지면보기
올여름 유례없는 전력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험성적까지 조작해 불량 부품이 들어간 원전들의 가동이 잇따라 중단됐기 때문이다. 전력 공급의 30%를 담당하는 원전 23기 가운데 10기가 멈춰섰다. 이로 인해 올여름 전력 공급능력이 7700만㎾로 떨어져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7900만㎾)보다 200만㎾의 전력이 부족하게 됐다. 최악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막으려면 순환정전이나 제한송전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미 납품 비리는 값비싼 대가를 예고하고 있다. 원전 가동이 9월까지 중단될 경우 LNG 발전이 늘어나 1조원을 웃도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원전 납품 비리의 피해를 왜 사회 전체에 떠넘기느냐고 따질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눈앞의 현실이 된 전력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길지가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원전 불량 부품을 교체하고, 현재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의 준공 일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없어 보인다. 당장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해도 전력난을 무사히 넘길지 의문이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총동원해 전력 공급능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 발전선(船)을 빌려오고, 전국의 비상발전기를 모두 가동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국민 설득을 통한 수요관리다. 이번 사태는 인재(人災)지만 그 후폭풍은 천재지변을 넘어선다. 온 사회가 ‘절전이 곧 발전’이라는 위기의식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냉방 온도를 높이고, 1960년대처럼 ‘한 집 한 등 끄기 운동’을 다시 펼쳐야 한다. 국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쓰는 산업계에는 주간예고제를 포함한 전력제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휴가 분산을 통한 조업일정 조정도 빼놓을 수 없다. 품질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산업용 전력의 주파수도 최대한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사태의 철저한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이는 전력대란의 국가적 위난(危難) 극복에 온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기에 앞선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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