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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국 체류 탈북자 보호대책 시급

중앙일보 2013.05.30 00:30 종합 34면 지면보기
‘꽃제비’ 출신 탈북자 9명이 라오스에서 체포된 뒤 북한 측에 넘겨지고 이들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압송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라오스 주재 대사관의 안이한 대응 등 우리 외교관들의 실책이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 측이 ‘압송 작전’을 벌이는 동안 낌새조차 채지 못하다가 라오스 정부가 강제 추방한 뒤에야 통보를 받는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최근 2~3년 사이 탈북자 단속을 크게 강화하면서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급감하는 상황이다. 언제든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감안한 적극적인 탈북자 보호 대책이 필요해졌다.



 탈북자들이 라오스에서 체포된 것은 지난 10일이었다고 한다. 라오스 당국은 이들의 신병을 단기간 내에 한국 대사관 측에 인도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고 한다. 지난 20일 인도할 의사를 밝혔던 라오스 당국이 3일 뒤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했고, 27일에 전격적으로 강제 추방한 사실을 통보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북한 측이 라오스 정부에 탈북자들의 인도를 요청하고 이들의 출국을 준비한 기간은 20일 이후부터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라오스 당국이 탈북자 신병 인도를 늦추는 등 전례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면 현지 대사관이 그 이유를 파악해 보았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안이하게 기다리기만 하다가 북한으로 압송되도록 방치한 결과에 이른 것이다. 이번 경우는 비교적 많은 탈북자 9명이 안내인들과 함께 이동하다가 체포됐고, 그 과정에서 북한 측에 체포 사실이 포착됐을 가능성이 많았다고 한다. 따라서 대사관 측은 라오스 당국의 이례적 대처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탈북자들이 국내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쓴 고난의 과정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국내 입국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브로커나 인권운동가들의 도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국제법적으로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도 좋다는 이유가 될 순 없다.



 국내 입국을 희망하는 탈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들도 헌법상 대한민국의 국민인 이상 정부가 그들의 안전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현실적인 어려움을 핑계 삼아선 안 된다. 외교부가 이 문제를 전담하도록 돼 있는 현 시스템이 불충분하다면 다른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목숨 걸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허망하게 강제 북송돼 처형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세계 최악이라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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