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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주처럼 여성임원 할당 검토를"

중앙일보 2013.05.30 00:19 종합 10면 지면보기
29일 ‘제주포럼 2013’에 참석한 프레다 미리클리스 BPWI 회장(오른쪽)과 조동성 서울대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 [서귀포=김성룡 기자]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여성들의 잠재력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여성 이슈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윤리적 측면만이 아니라 이윤 추구를 위해서도 필요한 선택이다.”

미리클리스 BPWI 회장 2013 제주포럼서 대담



 세계전문직여성연맹(BPWI) 프레다 미리클리스(42) 회장은 기업이 여성 고용을 늘려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9일 제주도 해비치 호텔에서 개막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3’의 기조연설에서다. 제주도와 중앙일보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미리클리스 회장은 이날 특별세션 ‘21세기 아시아와 여성의 시대-양성평등을 통한 경제적 잠재력 달성하기’에 참석해 조동성 서울대 교수와 대담했다.



내년 제주서 세계전문직여성 대회



 1930년 설립된 BPWI는 여성 기업인과 전문직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의 지위 향상을 모색하기 위한 여성단체다. 미리클리스 회장이 2008년부터 BPWI를 이끌고 있다. 경력 20년의 재무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패터슨 시큐리티에서 개인 고객 투자 자문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대화 내용 요약.



 -2014년 BPWI 세계대회 개최지로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제주도는 김만덕(1739~1812)과 같은 뛰어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고, 강인한 여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김만덕 선생은 우리 BPWI가 이야기하려는 바를 이미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다. 성공한 여성 CEO 활동뿐 아니라 자선사업에도 적극적이었다.” (※김만덕은 조선시대 제주 관기 출신으로 객주를 차려 큰 재산을 모았으며 1795년 제주에 대기근이 발생했을 때 재산의 대부분을 기아 구제에 앞장선 여성 기업인이다.)



 -양성평등은 현대화 과정과 연계돼 있다. 호주의 경험은 어땠나.



 “호주는 한국 등 아태 지역과 비슷한 특징이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할당제를 정해 여성의 취업 문제에 접근한다. 호주에서 여성 비율을 할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호주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했다. 호주 증권거래소에서 ‘성 다양성 정책’을 도입했다. 기업들이 분기별로 재무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처럼 여성의 취업률과 여성 임원 비율을 보고하도록 했다. 만약 여성 임원이 없으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도입 이후 여성의 취업과 여성임원 비율 확대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도 검토해 볼 만한 정책이다.”



 -효과를 보는 데 얼마나 걸렸나.



 “6%이던 이사회의 여성 비율이 2~3년 만에 12~13%로 높아졌다. 다만 동일한 여성이 여러 이사회에 중복적으로 등록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그래도 기업들이 여성 임원 채용을 확대하고 어떻게 양성평등이 더 진전된 일터로 바꿀 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회사가 나를 포용해 주고 있다고 여성들이 느끼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한국도 한번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본다.”



정치서도 남성이 만든 룰 바꿔야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여성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선덕여왕도 있었으니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웃음). 박근혜정부의 여성 역량 강화 노력이 인상적이었고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라고 본다. 정부 차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어떻게 세부적으로 구현될지 관심이 많다. 국회의원이 인구의 절반(남성 유권자)만 대표한다면 누가 (국회의원을) 섬기겠나. 남성들이 만든 기존의 룰을 바꿔야 한다.” 



제주=장세정·전영선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제주포럼=‘평화와 번영’을 기치로 2001년 출범한 국제 행사. 2011년까진 격년으로 열렸으나 지난해부터 매년 열린다. 8회째인 이번 포럼의 주제는 ‘아시아의 새로운 물결(New waves in Asia)’.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 동북아 역사 화해와 동아시아의 미래 등을 다룬다. 제주특별자치도·국제평화재단·동아시아재단·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행사를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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