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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갔던 마이클 잭슨 동아줄 타고 내려오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3.05.26 06:05
1 ‘태양의 서커스’팀은 이달 초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한 프리뷰에서 마이클 잭슨의 노래 4곡에 맞춘 무대를 선보였다. 30여 명의 댄서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스무드 크리미널(Smooth Criminal)’.



세계적 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 라스베이거스 공연 ‘원’ 프리뷰

마이클 잭슨이 환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창작단체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무대를 통해서다. 6월 2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마이클 잭슨: 원(Michael Jackson ONE·이하 원)’이 시작된다. 태양의 서커스는 마이클 잭슨 재단과 계약을 맺고 잭슨을 테마로 한 공연을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다. 태양의 서커스와 잭슨의 만남은 ‘이모털’(2010)에 이어 두 번째다.

태양의 서커스는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전 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공연 일부를 공개했다. 300여 명의 기자단이 취재 경쟁을 벌인 이날 행사에서는 ‘원’의 구성과 연출을 담당한 제이미 킹이 이례적으로 등장했다. 그는 마돈나, 머라이어 캐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리키 마틴 등의 콘서트를 진두 지휘한 쇼 비즈니스계의 수퍼스타다. 킹은 “이 작품은 마이클이 팝의 역사에 남긴 상징적 순간들을 ‘태양의 서커스’ 식으로 재해석한 위대한 실험이자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제작비는 3500만 달러(약 400억원)에 이른다.

물량과 규모, 브랜드 파워 외에 ‘원’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공연 기획 단계부터 발탁돼 참여한 한국인 댄스 크루 ‘아트 파머스’, 입양아 출신 한국 동포 댄서 에디 영미 때문이다. 프리뷰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 이들과도 만났다.



이날 프리뷰에서는 공연에 사용될 30여 곡 중 4곡에 대한 무대가 공개됐다. ‘타블로이드 정키(Tabloid Junkie)’와 ‘스트레인저 인 모스코(Stranger in Moscow)’, ‘배드(Bad)’와 ‘스무드 크리미널(Smooth Criminal )’이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잭슨의 노래 한 곡 한 곡이 지닌 의미를 최대한 끌어냈고, 음악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잭슨의 삶과 메시지를 무대장치·조명·아크로바틱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완성시켰다.

‘타블로이드 정키’는 가사에 담긴 강렬한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안무로 구성됐다. 생전 잭슨의 콘서트 무대를 보는 듯 절도 넘치는 댄서들의 움직임과 뜨거운 에너지가 번쩍이는 금속성 구조물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스트레인저 인 모스코’는 태양의 서커스표 아크로배틱의 진수였다. 곡이 가진 몽환적 분위기를 무대 장치와 분장으로 100% 끌어올렸고, 하늘에서부터 늘어진 외줄을 잡은 곡예사는 아찔한 행위 예술을 펼쳤다.

‘배드’에선 무대를 어지러이 가로지른 노란색 안전선을 타고 벌이는 탄력 넘치는 곡예가 압권이었다. 거기에 드라마까지 더했다. 잭슨이 즐겨 신던 반짝이 구두가 무대 위에 등장한 것은 또 다른 세계로 이끄는 듯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스무드 크리미널’.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됐다. 하얀 옷을 맞춰 입고 무대 위에서 몸을 구부려 린 댄스를 추거나 마치 잭슨이 살아 돌아온 듯 그의 움직임을 정확히 재현해 내는 댄서들의 모습에 객석에선 반가움의 환성과 그리움의 탄식이 동시에 터졌다.



7 ‘스트레인저 인 모스코(Stranger in Moscow)’. 8 한국인 댄스팀 아트 파머스가 출연한 ‘타블로이드 정키’



‘원’은 철저한 잭슨의 오마주였다. 음악과 퍼포먼스, 이미지와 스타일이 결합된 하나의 완전체와도 같았던 제왕을 다루는 이상 다른 어떤 변주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연출자 제이미 킹의 설명도 그랬다. “마이클이 아크로배틱을 할 줄 알았다면 어떤 무대를 선보였을까, 혹은 하늘을 나는 댄서들이 잭슨의 ‘스릴러’ 춤을 춘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으로 쇼를 구성했다.”

제작진은 쇼의 타이틀이기도 한 ‘원’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유일무이한 존재인 잭슨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가 늘 강조했던 하나 된 세계, 평화와 사랑의 삶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각국에서 아티스트를 초빙해온 것도 인종과 국가를 초월해 소통해야 한다는 잭슨의 메시지에 충실하려는 의도다. ‘원’ 무대에는 각국에서 모인 최고 실력파 댄서 63명이 선다. 댄스 크루 ‘아트 파머스’는 한국에서 왔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댄스 팀 전원이 공연 기획 단계에서부터 발탁돼 무대에 서는 건 태양의 서커스 공연 사상 처음이다.

반가운 얼굴은 더 있다. 한국인 입양아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댄서 애디 영미다. 마돈나·셰어·핑크 등 글로벌 팝스타들과 함께 활동해 온 세계적인 댄서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아트 파머스와 애디 영미를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자본 빼고 춤 기술과 창의력은 한국이 최고더라”

유튜브로 발탁된 한국 댄스 크루 ‘아트 파머스’

“아트 파머스만의 느낌을 마음껏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원’의 조연출 칼라 카마가 아트 파머스에게 요구한 건 이게 다였다. 난생 처음 라스베이거스 상설 공연 무대에, 그것도 세계 최고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와 함께 하게 된 한국의 댄스 크루를 대하는 방식으로서는 파격적인 존중이다. 안무가와 연출 스태프도 아트 파머스가 아이디어를 내고 안무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심지어 ‘타블로이드 정키’같은 곡에선 무대의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필요(Philyo), 레아(REA), 던(Don), 마나인(Ma9), 와일디(Wyle-D) 등 다섯 멤버에게선 자신감과 편안함이 묻어났다. 그들은 벌써 무대의 주인이었다.

아트 파머스는 2009년 결성됐다. 스토리가 있는 무대 구성과 극적인 퍼포먼스로 인정을 받았다. 역사가 오래됐거나 엄청난 명성을 자랑하는 팀은 아니었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그들을 먼저 알아보았다. 유튜브에 올린 활동 영상을 보고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 공연에 합류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한국의 어떤 댄스팀도 경험해 보지 못한 좋은 기회였지만 잃는 것도 많으리라는 걱정이 앞섰다. 오랜 망설임 끝에 주요 멤버 5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태양의 서커스 본사에서 3개월간 훈련에 이어 라스베이거스에서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최고로 치는 무대에서 큰 비중의 캐릭터로 우리 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 한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규모의 쇼인 만큼 공부도 많이 된다”(필요).

이들은 마이클 잭슨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잭슨과 관련된 스태프들과 함께 춤을 추고 일을 한다는 건 댄서로서 꿈만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짧게는 하루 3시간, 길게는 하루 12시간씩 연습에 몰두한다. 유흥의 도시 한복판이건만 한눈 팔 틈이 없다. 영어도 어느 정도 통하고, 멤버 중 레아가 요리도 잘해 일상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하다 거대 조직 안에서 적응하려니 아직도 낯선 일 투성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한국인 댄서로서의 자부심은 커져만 간다고 했다.

“처음엔 ‘외국에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갈수록 한국 문화와 정서에 대한 자긍심이 커진다. 자본만 부족할 뿐 춤 기술과 창의력만큼은 한국이 최고란 걸 실감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춤 동작 하나에도 장인정신으로 혼을 담아 열심히 추는 한국인의 정신은 최고인 듯하다”.(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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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모든 게 ‘코리아 퍼스트’ … 늘 한국 가는 상상”

한국 입양아 출신 댄서 애디 영미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눈물부터 글썽였다. 애디 영미(39ㆍ사진). 1976년 미국으로 입양된 지 32년이 지난 2008년 그는 처음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셀린 디온 콘서트의 리드 댄서 자격이었다. 당시 콘서트 직후 디온은 예고 없이 애디 영미의 손을 이끌고 무대 앞으로 나와 한국 팬들에게 그녀의 사연을 소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애디 영미는 아직도 그 순간을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한다.

“한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가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매일 한국에 다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그 날 이후 내 삶의 모든 게 ‘코리아 퍼스트’로 바뀌었다.”

그는 ‘원’ 공연팀 사이에서도 한국 문화 전파자로 통한다. 아직 한국어는 서툴지만 동료들과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한국 영화나 K팝을 소개하는 데 있어선 늘 앞장이다. 입만 열면 “한국인들은 어디서나 최고”라며 자랑하기 바쁘다. 아예 ‘코리안’ 대신 ‘마이 피플(우리나라 사람들)’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춤을 추며 세계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는 그이지만 태양의 서커스 쇼 참여는 처음이다. 역시 태양의 서커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제이미 킹이 직접 그녀를 섭외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해봤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완전히 다른 레벨의 세상이다. 모든 것이 예술이고 새로운 창조다. 그동안 해왔던 팝스타들의 공연과는 달리 누구 하나를 돋보이게 해주기보다 아티스트들의 캐릭터와 강점을 끌어내려 하는 것도 태양의 서커스만의 훌륭한 작업 방식이다.”

어릴 적 영웅이었던 마이클 잭슨의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그녀에겐 특별하다. “그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 절대 지치지 않는다”고까지 할 정도다. “‘원’에서 만나는 잭슨의 노래 하나하나가 감동이다. 게다가 이 공연엔 화해와 일치에 대한 메시지가 녹아 있다. 다른 어떤 태양의 서커스 쇼보다도 특별한 이유다.”

그는 자신을 ‘노력형 댄서’라고 했다. “사람들의 칭찬보다는 스스로가 ‘난 할 수 있어’를 되뇌이며 죽도록 연습했던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근면과 성실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가치가 알게 모르게 그의 가슴 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당분간은 ‘원’ 공연 때문에 어렵겠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그녀는 한국을 다시 찾을 생각이다. 2009년부터 한 방송사의 도움으로 친부모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이제 그 후보가 6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그들과 만나 DNA 테스트를 하는 과정만 남았다. 그는 “운명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따뜻한 응원을 보내줬던 한국인들과 자신의 인생 여정을 나누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친부모를 찾게 된다면 무슨 말이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짓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땡큐”라고 말했다. 다른 말은 없었다. 그녀의 눈에 다시 눈물이 비쳤다.





라스베이거스 글 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rachel@joongang.co.kr, 사진 Copyright: Cirque du Soleil Inc., Photography : Isaac Brekken/Getty Images, Costumes : Zaldy G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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