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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퍼 드레스에 머리띠 쓰면 … 100년 전 신여성 느낌 물씬

중앙일보 2013.05.24 03:30 Week& 11면 지면보기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575번지에 있는 ‘프라다 뉴욕 에피센터’에서 지난달 30일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 전시회가 열렸다.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 ‘미우미우’를 디자인하는 미우치아 프라다와 영화의 의상감독 캐서린 마틴의 합작품이다.


1920년대는 패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전까지 고전적인 여성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여성들이 바야흐로 새 시대 패션을 받아들인 게 20년대다. 허리를 꽉 죄어 오는 코르셋을 벗어 버린 것도 이때고, 발목이 드러나는 치마를 본격적으로 입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여성 패션의 격동기, 20년대 미국 뉴욕의 모습은 어땠을까.

다시 주목 받는 1920년대 패션



제1차 세계대전을 겪고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한 뉴욕의 화려한 패션이 2013년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6일 국내 개봉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감독 캐서린 마틴과 이탈리아 패션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합작품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프라다 매장에서 펼쳐진 영화의상 전시를 통해 화제로 떠오른 20년대 패션의 의미를 짚어 봤다.



영화 속 개츠비 저택에서 열린 20년대의 화려한 파티 장면이 뉴욕 브로드웨이의 프라다 매장 벽을 장식하고 있다.


신여성 패션 탄생 원동력은 1차 대전



‘모던 걸(a modern girl)’, 즉 신(新)여성은 흔히 영어 ‘플래퍼(flapper)’로 일컬어진다. 인터넷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어린 새가 날갯짓을 배우기 위해 ‘푸드득거린다(flap)’는 게 기원이라고 한다. 단어가 처음 쓰인 17세기만 해도 시쳇말 정도였지만 20년대에 이르러선 새 유행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신세대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 ‘데이지’가 입고 나온 프라다 의상이 ‘신여성(flapperesque) 패션의 전형’이라고 보도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여주인공 `데이지`를 연기한 여배우 캐리 멀리건의 20년대풍 드레스와 장신구.
신여성이 태동한 건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이다. 세계전쟁이란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뒤여서 사회 변화 속도도 매우 빨랐다. 전쟁시기 군대로 끌려간 남성들 대신 여성 노동력이 근로시장에 투입됐다. 이전까지 여성들이 입어야만 했던, 땅바닥에 끌리는 길이의 치마는 노동현장에서 매우 거추장스러웠다. 자연스럽게 활동이 편한 옷이 필요했고 치마 길이는 무릎 정도로 올라갔다. 이런 필요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패션이 변하자 상류사회 여성 패션에도 이런 흐름이 적용됐다. 캐서린 마틴은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했고 여성 패션에서도 여러 가지 기회가 온 시대였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당시 프랑스 패션디자이너로는 폴 푸아레 같은 사람이 이런 경향을 주도했는데, 현대 패션디자이너로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게 미우치아 프라다”라고 말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미우미우’의 디자이너다.



여전한 1920년대 패션의 흔적



패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그린 의상 스케치.
마틴 감독은 “20년대를 그대로 복원(replica)하는 게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줘야 하는 것이니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년대 분위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미우치아 프라다도 마찬가지로 “내가 이해하고 알고 있었던 20년대 뉴욕 분위기만을 떠올렸을 뿐 복식사를 연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패션계는 이들의 작업이 “2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패션잡지 보그 이탈리아판은 “20년대가 돌아왔다”고 단언했고, 엘르 영국판은 “2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패션”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프라다 매장에서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 의상 전시’에선 눈에 띄는 대부분의 드레스가 ‘플래퍼 드레스’였다. 20년대 처음 등장한 모양새의 옷이다. 고전 드레스의 특징인 잘록한 허리선도 없고 길이는 대부분 무릎 정도에 그쳤다. 여성들의 필수 속옷이던 코르셋이 필요 없는 차림이다. 실루엣은 편안해졌지만 상류사회의 사교 모임용 플래퍼 드레스엔 화려한 장식이 필수였다. 크리스털 알갱이, 반짝이는 금속·플라스틱 조각(시퀸)을 엮어 드레스 위로 늘어뜨린 장식이 20년대 드레스에도, 이번 영화 속 드레스에도 마찬가지로 쓰였다.



마틴 감독은 “미우치아 프라다가 2010년 봄·여름 패션쇼에서 선보인 의상에서 특히 영감을 많이 받았다”며 “21세기 드레스에도 20년대가 여전히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제작 초기에 시험 촬영용으로 미우치아 프라다가 제공해 준 드레스 모두가 20년대의 자유로움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미 디자인한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마틴 감독은 공식적으로 미우치아 프라다에게 의상 제작을 의뢰했고 이번 영화에 모두 40벌의 드레스가 소개됐다.



무릎 길이 스타킹·양말도 1920년대 느낌



거의 100년 전 시작된 20년대풍 패션이 현재 유행을 하고 있대서 그대로 입을 순 없는 법. 마틴 감독은 “20년대 분위기를 살린 평상복 차림은 헤어밴드부터 시작해 볼 것”을 조언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 ‘데이지’를 연기한 캐리 멀리건의 머리 장식이 그 예다. 20년대 플래퍼 드레스와 짝을 이룬 장신구다. “머리를 감싸는 밴드에 깃털을 달아 화려함을 더한 것이 20년대였는데, 요즘 식으로 바꾼다면 깃털을 위가 아닌 아래로 향하게 할 것”이란 게 마틴 감독의 권유였다. “위로 향하게 하는 게 20년대 식이지만 너무 그대로 따라 하는 건 재미없지 않으냐”는 게 이유였다.



그는 여기에 플래퍼 드레스와 비슷한 실루엣을 추천하면서 “무릎 길이의 스타킹·양말을 조화시켜 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이런 차림에 하나를 더한다면 “‘메리제인(Maryjane) 구두’가 필요하다”고 했다. 메리제인 구두는 앞코가 조금 둥근 편이고 발등 부분이 열려 있으면서 대개 두 줄의 끈으로 덮인 여성 구두로 현대적인 분위기와 고전적인 모양새의 절충 형태다.



마틴 감독은 “20년대와 현재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의 기록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그 어느 시기보다 디자이너들에게 강한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낡은 듯 오래된 듯한 ‘빈티지’ 패션이 계속 유행이다. 패션디자이너뿐 아니라 일반인도 인터넷 등을 통해 빈티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익숙해져 그런지도 모르겠다. 20년대와 같은 기억할 만한 시대의 패션이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이유가 아니겠나.” 캐서린 마틴의 분석이다.



뉴욕=강승민 기자

사진=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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