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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남자의 그 물건'] 살까 말까 갈등하는 남자에게 필요한 건 …

중앙일보 2013.05.24 03:30 Week& 8면 지면보기
강승민 기자
살까 말까. 돈이 많든 적든 보통 사람들은 소비에 앞서 이런 고민을 한다. 쇼핑이 중독 수준에 이르지 않고서야 ‘살까 말까’를 고민하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인 이런 고민은 사실 ‘자기방어’ 심리 때문인 것 같다. 의류 구입을 예로 들어보자. 옷장 가득한 옷을 앞에 두고서도 ‘입을 게 없어’란 핑계를 대본 경험, 조금씩들 있을 것이다. ‘입을 게 없다’는 선언은 문자 그대로 ‘입을 게 전혀 없어서 이러다 벗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절박함은 아니다. ‘이 옷 말고 다른 걸 원해’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뭘 더 사야지’란 결론에 이른 거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입을 게 없다’는 구실을 만들어 낸다. ‘원한다’는 1차적 욕망을 ‘없으니 필요해’라는 당위로 바꿔 버리는 자기방어 수순이다. 쓸데없는 소비를 한다는 일말의 자책감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반응이다. 욕망 수준이라면 절제할 수도 있고, 욕망 실현을 ‘진짜 필요’가 생기는 다음 기회로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걸 당위로 바꾸게 되면 즉각 실행해야 하는 일이 된다.



필요에 의한 소비보다 소비를 위한 소비가 더 많은 게 현대사회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는 왕성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문명사회치고 자원이 부족해 소비를 못하는 곳은 별로 없다. 돈이 돌지 않아, 소비욕이 줄어 경기가 안 좋은 경우가 더 많다.



소비의 시대. 사람들은 헷갈린다. 자원이 풍부해지고 상품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자기방어에서 비롯한 필요가 됐든, 진짜 필요에 의한 것이든 간에 그 필요를 충족할 만한 상품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똑똑한 소비’가 화두다. 소비 전에 비슷한 상품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건 기본이다. 내구성이나 가격 대비 성능, 사소한 관리상의 용이성이나 애프터서비스까지. 이 모든 비교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 인터넷까지 더해졌다. 제한됐던 정보가 인터넷을 타고 넘쳐 흐른다. 실제 소비를 해 본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용후기며, 실사용후기를 가장한 업체의 마케팅용 정보가 혼재돼 있어 헷갈림이 더욱 심한 요즘이다.



물건 하나 사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행위는 ‘똑똑한 소비’의 기본이지만 이마저도 자기방어적 성격을 띤다. 당위가 아닌 욕망에서 시작한 소비여서 “이 정도로 꼼꼼하게 알아보고 샀으니 괜찮다”는 자위가 필요한 게 아닐까. 또 다른 방어기제도 있다. 주변에 자신의 똑똑한 소비를 자랑하는 일이다. “어, 정말? 잘 샀네”라는 소릴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사후 만족까지 더해져야 진정한 자기방어가 완성된다.



소비심리와 자기방어를 이야기했대서 소비가 죄악이란 얘긴 아니다. 혹 뭔가를 새로 사야겠다 마음먹고 있다면 소비를 정당화할 근거를 마련해 두는 게 좋겠단 충고다. 돈 쓰고 마음 쓰린 것보다야 쓴 만큼 기쁜 것이 더 좋지 않은가.





다음 주 월요일(27일) 밤 11시 방송되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그 물건’은 ‘신상 휴대용품&소형 태블릿PC, 살까 말까’ 편이다. 10만원대 국산 ‘미니패드’와 40만~80만원대 미니패드를 비교한다. 또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휴대용품에 대해 MC 김구라·이훈·이상민·장성규가 ‘나라면 산다’ ‘안 산다’를 두고 돌직구 논쟁을 벌인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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