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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가 생전에 처음 맛본 커피맛은 어땠을까

중앙일보 2013.05.24 03:10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고종이 커피를 즐기고 연회를 열기 위해 지은 정관헌. 서울시 중구 정동 덕수궁 내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 공관으로 옮겨 처음 접해
덕수궁에 처소 꾸려 정관헌서 즐겨
스타벅스, 명사들 강연·지킴이 활동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현재에도 장님이 된다.’



 김진명의 소설 ‘황태자비 납치 사건’에 나오는 구절이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황후의 시신이 왜 불태워질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작가의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1895년 음력 8월 20일 새벽, 경복궁 안에 있는 건천궁 옥호루에 몸을 숨긴 명성황후는 난입한 일본 낭인들의 손에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것이 바로 명성황후 시해 사건, 즉 을미사변이다. 이후 황후의 시신은 향원정의 녹원에서 불살라졌는데 작가는 이를 파헤쳐 줄 열쇠로 비밀 보고서를 등장시키며 소설을 통해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을미사변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는 1896년 2월 11일부터 약 1년간 왕궁을 떠나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관파천이다. 이러한 비극 안에서도 꽃 핀 역사가 있으니 바로 ‘커피’. 러시아 공관에 머물 당시 초대 러시아 공사였던 웨베르의 처형 손탁에 의해 고종이 처음 커피를 접하게 됐고 이것이 우리나라 커피 역사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아관파천에서 돌아온 고종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경복궁이 아닌 덕수궁에 처소를 꾸리면서부터이다. 덕수궁 내 정관헌(靜觀軒)이라는 서양식 건물에서 커피와 함께 서양 음악을 즐긴 것으로 알려진 고종은 커피를 전파한 손탁에게도 정동의 건물 한 채를 하사하기에 이르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 ‘손탁 호텔(Sontag Hotel)’이다. 그리고 1902년, 건물 1충에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 ‘정동구락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커피의 역사가 흐르게 된다.



스타벅스 점장 500여 명이 지난 2012년 10월 경주에 모여 황룡사지터, 첨성대, 안압지 등 주요 문화지 정화 활동을 벌였다.


 커피를 사랑한 고종이 1900년 대한제국 시절 연회를 열고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덕수궁 안에 지은 회랑 건축물, 정관헌. 궁 내 근대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문화재 정관헌의 특징은 서양의 건축 양식에 전통 목조 건축 요소가 가미됐다는 점.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이 설계한 정관헌은 실제로 석재를 기본으로 하는 서양식 기둥이 나무로 둘러졌고 기둥 상부에는 청룡과 황룡, 박쥐, 꽃병 등 한국전통문양이 새겨졌다.



 한때 태조·고종·순종의 영정과 어진이 모셔지기도 했던 정관헌은 솔밭에 어우러진 함녕전(咸寧殿) 뒤에 자리하고 있어 후원의 정자 기능을 대신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정관헌이라는 이름 역시 오래된 건축물을 고요하게(靜) 내다본다(觀)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커피를 사랑한 고종 때문일까. 4년째 덕수궁 정관헌에서 문화재 사랑을 펼치고 있는 커피 전문점이 있다. 바로 지난 2009년부터 문화재청 덕수궁 관리소와 함께 고궁 야간체험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벅스이다.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 기업 스타벅스가 매년 봄·가을에 진행해 온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는 유명 인사를 초청해 덕수궁 정관헌에서 주제별 강연을 펼치는 행사이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을 시작으로 고은 시인, 신경숙 작가, 배우 손숙, 가야금 명인 황병기 등 30여 명의 각계 명사들이 이 행사를 통해 6000여 명 이상의 청중과 호흡했다.



 올해에도 스타벅스가 후원하는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 행사는 계속 된다. 지난 10일 이해인 수녀와 함께 ‘오늘을 위한 기도’라는 주제로 아홉 번째 여정을 시작한 이 행사는 내달 7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청중을 찾아가게 된다. 24일은 ‘마음 치유 콘서트’라는 주제의 혜민 스님 강연이, 오는 31일에는 김주하 아나운서의 ‘유쾌한 대화’ 강연이 예정돼 있다. 행사 마지막 날인 내달 7일의 명사는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황영조. 그가 준비한 강연은 ‘도전과 극복’이다.



 문화재청의 궁궐 활용 프로그램으로 기획돼 매년 봄·가을 두 차례씩 진행되고 있는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 행사 외에도 스타벅스는 덕수궁 중명전·함녕전 등 고궁 청소, 덕수궁 화단 조성 및 제초 작업, 정동길 근대 문화 체험 및 청소 등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스타벅스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은 덕수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지난 2009년 문화재청과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을 맺은 이후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0월 23일 스타벅스 임직원들이 신라문화원과 함께 한 황룡사지터, 첨성대, 안압지 등 주요 문화 유적지 정화 활동이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해 9월 신라문화원과 ‘1단체 1문화재 가꾸기’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박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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