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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고건의 공인 50년 (70) 85년 첫 여의도 입성

중앙일보 2013.05.24 00:37 종합 27면 지면보기
대학에 들어갈 때 정치학과를 지원했고 학생회장도 했다. 고향에서 군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등고시 합격 후 내무부에 지원했다. 모두 정치에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985년 나는 정치인이 됐다.


마침내 이룬 정치 꿈 … 첫 과제는 지방자치제 부활

 그해 2월 제12대 총선거가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나는 여당인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지역구는 전북 군산-옥구였다. 군산은 아버지의 고향이다. 옥구는 6·25 피란 때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군산-옥구에서 아버지가 제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67년 의원직 임기를 마치고 정치를 접어야 했던 아버지는 18년 만에 아들이 총선에 도전한다고 하니 발 벗고 나섰다. 여든의 연세였지만 현장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2월 12일 나는 47.5% 득표율로 제12대 국회의원이 됐다. 민주한국당 김봉욱 후보도 29.8% 득표로 함께 당선됐다.



1985년 2월 제12대 총선거를 앞두고 전북 군산-옥구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의 포스터가 나란히 벽에 붙어 있다. 민정당 고건 후보가 내세운 구호는 ‘우리 일꾼 고건 뽑아 군옥(군산-옥구) 지구 발전하세’다. [사진 고건 전 총리]
 당선 인사를 하러 재래시장을 찾았다. 시장 입구 좌판을 차려놓고 앉아있는 아주머니들부터 시작해 웃으면서 “고맙다”고 악수를 청했다. 눈을 맞추고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이도 있었다. 손을 내밀면서도 눈을 맞추지 않거나 “난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아예 악수를 피하기도 했다. 나를 안 찍은 사람들이다. 소박하면서도 솔직한 민심이었다.



 초선 국회의원인 나에게 당은 큰 과제를 맡겼다. 1961년 이후 중단된 지방자치제도를 20여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일이었다. 민정당 지방자치제도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고시 합격 3년여 만인 65년 처음 맡은 보직이 내무부 행정과 기획계장이었다. 그때 지방자치제를 공부하고 『지방자치백서』를 만들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방안에 대한 내각과 여당의 의견차가 컸다. 노신영 내각은 몇 개 지역을 표본으로 뽑아 시범 실시한 다음 전국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여당인 민정당은 직할시(지금의 광역시)·특별시와 도 단위에서 시작해 시·군·구로 확대하는 ‘하향식’을 원했다. 11개 시·도에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들었다. 공청회 결과는 내각과 여당이 내놓은 방안과 전혀 달랐다. 시·군·구에서 시작해 시·도로 지방자치제를 확대하는 ‘상향식’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래에서부터 지방자치제에 대한 훈련을 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방법이 제도의 본질에 걸맞다는 이유에서였다.



 1986년 8월 18일 고위당정회의를 거쳐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부터 지방자치제를 도입한다’는 쪽으로 방침이 확정됐다. 정부와 여당의 줄다리기 끝에 정당이 지방의회에 참여하는 안도 정해졌다. 나는 이 내용을 언론에 직접 발표했다.



 “모든 지역주민이 생활 주변에서 제기되는 지역 공동 관심사를 스스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를 튼튼히 한다는 차원에서 시·군·구로 결정됐습니다. 정당이 지방의회에 참여하는 방안 역시 문제점이 있더라도 허용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제도 시행 시기를 정하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1987년 6·29선언을 계기로 대통령 선거제도를 직선제로 고치는 방안이 한창 논의되기 시작했다. 개헌 후 정치 일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지방자치제 시행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방안을 만드는 일은 국정의 틀을 바꾸는 큰 작업이었다. 이후 세부안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데 3년이 더 걸렸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됐고 그해 3월 26일 첫 선거가 치러졌다. 지방자치제는 그렇게 30년 만에 부활할 수 있었다.



정리=조현숙 기자



[이야기 속 지식] 지방자치제도



광역단체(특별시·광역시·도)와 기초단체(시·군·자치구)의 장과 지방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제도. 지방행정을 지역주민이 스스로 이끌어 간다는 의미가 있다. 1961년 5·16을 계기로 중단됐다가 91년 다시 시행됐다.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는 91년, 자치단체장 선거는 95년 처음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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