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돌아온 이효리, 그의 특별한 선택

중앙일보 2013.05.24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표절 논란 이후 폐인처럼 술만 마시던 이효리는 지인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았을 뿐 막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그는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찾기 시작했다. 삶이 변했으니 음악도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앨범을 두고 그는 말한다. “진짜 이효리를 보여줄게요.” [사진 B2M엔터테인먼트]


섹시 디바 이효리(34)가 5집 앨범 ‘모노크롬’으로 3년 만에 복귀했다. 4집 수록곡 절반이 표절곡임이 드러나며 활동을 접었던 이효리는 그간 동물보호운동에 앞장서는 채식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바뀐 삶만큼 달라진 음악으로 돌아왔다. 발표 직후 주요 음원사이트 1위에 올랐다. ‘아티스트 이효리’라는 평마저 나왔다. 음악평론가 김작가가 그의 변신을 짚어봤다.

새 앨범 ‘모노크롬’



아이돌이 아티스트로 거듭나기란, 갓 데뷔한 아이돌이 정상에 서는 것 보다 힘들다. 한번 씌워진 이미지는 좀체 바뀌지 않는다. 연기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연예계를 떠나곤 한다.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팝계에서도 마돈나·로비 윌리엄스·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극소수 중 극소수만이 아티스트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조화시켰다. 때로는 논란을, 때로는 파격을 선사하며 스스로의 이미지를 조절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었다.



파격 넘나들며 이미지 조절



 이효리의 새 앨범 ‘모노크롬’은 그런 미덕이 담긴 작품이다. 모두 16곡이 실렸는데, 예전과 완전히 다른 이효리를 보여준다.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건 최근 그의 언행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SNS에서 사회적 발언을 하며 자신을 드러냈다. 이적·김동률과 어울리고 장필순·조동익 등 하나음악 식구들과 교류하며 음악적 전환을 고민했다.



 한국에서 여성 연예인이 아티스트가 되고자 할 때 택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다. 일종의 도식이다. 이효리는 그런 뻔한 길을 가지 않았다.



 ‘모노크롬’엔 다양한 장르가 배치됐다. ‘베터 투게더’ ‘노’처럼 몽환적인, 장필순 스타일의 노래가 있다. 얼마 전 ‘가축병원 블루스’로 데뷔한 블루스 뮤지션 김태춘과 협업한 블루스 넘버도 있다. 록 밴드 고고보이스와 작업한 ‘풀 문’이 있고, 미리 공개된 ‘미스 코리아’는 그가 직접 작사·작곡했다.



 앨범 전면에 드러난 곡들은 에이미 와인하우스(1983~2011), 아델 스타일의 빈티지 솔이다. 첫 곡 ‘홀리졸리 버스’를 비롯한 수록곡 절반 가까이가 그렇다. 이 노래들은 대부분 외국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이런 스타일을 소화하는 한국의 작곡가가 드물고, 이효리는 악몽 같았던 표절 논란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노래에는 이효리가 쓴 가사가 얹혔다. ‘미스 코리아’‘쇼쇼쇼’처럼 자전적 이야기가 있고 연인인 이상순을 생각하며 썼을 법한 가사도 있다. ‘쌩얼’ 같은 그의 목소리와 맞물리며 설득력을 얻는다. 요즘 이 정도로 보컬 이펙터(음향효과)가 자제된 앨범은 찾기 힘들다. 절창의 보컬리스트들이나 있는 그대로의 가창력을 드러낼 뿐이다.



아이돌 이후의 길, 롤 모델 제시



이는 미덕이지만 동시에 이효리의 한계를 보여준다. 어떤 곡에서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곡 자체에 담겨 있는 에너지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안목과 조화, 시도에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다.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되 트렌드에 함몰되지 않았다.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보컬리스트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 보인다. 그럼에도 ‘모노크롬’은 지금의 대중음악계에서 큰 의미를 던진다. 백가쟁명의 걸그룹 시대에 ‘아이돌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저 어린 소녀들에게 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J Choice]



★★★☆(김작가) 소셜테이너에 이은 아티스트로의 연착륙 시도. 바퀴는 땅에 닿았으되 조금은 덜컹거린다. 다음 앨범이 기대된다.



★★★★(이경희 기자) 몸빼 입고 민낯으로 하품하던 예능의 그가 예뻤듯, 메이크업 지운 음악이 더 예쁘다. 이만하면 표절도 전화위복.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