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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의 손놀림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유튜브 스타 연주자

중앙선데이 2013.05.17 23:14 323호 6면 지면보기
임현정(27)은 뜨거운 피아니스트다. 그의 연주도, 그를 둘러싼 화제도 모두 뜨겁다. 발단은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스위스 바젤에서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에튀드 전곡 연주 뒤 앙코르로 연주했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었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현란한 속주와 짜릿한 기교에 네티즌은 열광했다.

첫 내한공연 하는 피아니스트 임현정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 물론 꾸준히 쌓아온 실력으로 가능했다. 2011년 EMI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CD 8장짜리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32곡 중 베토벤의 의사와 상관없이 출판된 19번과 20번 두 곡이 빠졌기에 엄밀히 말하면 전집은 아니다)을 데뷔앨범으로 냈다. 애초에 EMI 클래식 부사장 앤드루 코넬은 임현정의 연주로 들었던 라벨과 스크랴빈을 데뷔 레퍼토리로 권했다. 하지만 임현정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음반으로 내준다면 계약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렇게 해 ‘피아니스트의 신약성서’라 불리며 평생을 작업해도 도달하기 힘든 방대한 레퍼토리를 첫 번째 카드로 내놓을 수 있었다.

연주뿐 아니라 해설과 프로듀싱까지 임현정 혼자 했다. 8장의 음반에는 각기 ‘영웅’ ‘영원한 여성성, 청춘’ ‘단호한 정신의 확언’ ‘자연’ ‘극단의 충돌’ ‘체념 그리고 실행’ ‘영원한 여성성, 성숙기’ ‘운명’ 등 자신만의 주제를 붙였다. 연주는?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관행이 돼 있던 스타일보다 베토벤 당대 악보에 적혀 있던 빠르기를 따랐다. 음반은 빌보드 차트, 아이튠스 차트 등 각종 랭킹 1위에 올라 임현정의 모험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했다.

미국 아마존닷컴에는 임현정의 데뷔 음반에 대해 “바렌보임과 아르헤리치가 아이를 낳는다면 임현정 같은 연주를 하지 않을까?”라는 리뷰가 올라왔다. 아르헤리치의 불같은 열정과 눈부신 기교, 바렌보임의 대담한 해석력이 임현정의 연주에 보인다는 얘기였다. 그럴듯하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방사능처럼 끊임없이 기를 내뿜는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만 3세에 음악을 시작한 임현정은 중학교 1학년 때 아무 연고도 없는 프랑스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지독하게 공부했다. 밥만 먹고 연습만 했다. 콤피엔 음악원과 루앙 국립음악원을 거쳐 16세에 파리 국립음악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와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활약했다.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녀의 첫 내한 리사이틀이 펼쳐진다. 욕심 많은 그녀답게 라벨의 ‘고귀하고 감상적인 왈츠’, 쇼팽의 발라드 전 4곡,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하머 클라비어’ 등 묵직하고 꽉 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일단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데뷔 음반의 해석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아 칼라스를 좋아한다며 사람의 노래처럼 음과 음 사이를 이행하는 루바토를 강조했던 그녀가 쇼팽에서 어떤 연주를 보여줄지도 관심이 간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피아니스트로서 데뷔 레코딩에 들어갈 뻔했던 라벨 연주도 기대된다.

옛 거장 아르투르 슈나벨을 존경한다는 임현정이지만 데뷔 앨범에 거부감을 가진 애호가들도 적지 않다. 이번 연주회에서 임현정이 그 무한한 에너지와 잠재력으로 홀을 가득 채우며, 파격에만 의존한다는 이미지를 벗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대에서 자극적인 연기보다는 담백한 실제 삶이 우러난다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선입견은 수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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