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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외투 못 벗는 까닭 … 만화로 풀어준 이원복 교수

중앙일보 2013.05.17 00:27 종합 8면 지면보기
이원복 교수가 16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통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미사일 카드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이 붕괴 직전에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요?”(포스코 마케팅전략실 정성윤 매니저)


1090 평화와 통일운동 주최
포스코 임직원 상대로 강연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통일을 꼭 해야 되는 이유가 있나요?”(가전강판 판매팀 석민구 매니저)



 사단법인 ‘1090 평화와 통일운동’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평화와 통일 인문학 강좌’.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탓인지 포스코 임직원들이 잇따라 남북관계와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강연을 맡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내세워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 지도층이 북한 체제의 최대 수혜자들인데,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젊은이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데 통일은 어느 순간에 갑작스레 닥칠 수 있는 것이라 꾸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날 강연은 지난 3월 출범한 사단법인 ‘1090 평화와 통일운동’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 의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강좌로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머리가 희끗한 60대 임원부터 갓 입사한 20대 신입사원까지 포스코 CR본부와 마케팅본부 직원 300여 명이 참석해 강연을 경청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현장에 있었던 이 교수는 ‘독일과 한국의 통일 어떻게 다른가’라는 주제로 한반도 통일의 현실과 과제를 알기 쉽게 짚어 갔다.



 이 교수는 “독일과 한국 모두 외세에 의해 강제로 분단을 겪은 ‘외세형 분단’이지만 결정적 차이는 분단 국가 간의 전쟁 유무”라며 “300만 명이 사망한 한국전쟁으로 남북 간 불신의 폭이 커 통일여건은 독일보다 나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역사적으로 통일의 경험이 74년(1871~1945년)에 불과해 상호호환주의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봤지만 한국은 삼국통일(676년) 이후 1945년 분단 전까지 1269년 동안 하나의 나라였기 때문에 이상적이고 감성적으로 통일을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해님과 바람’ 이솝 우화를 빌려 그린 만화(핵 외투를 벗지 않는 북한이 알몸으로 ‘덥다고 벗으면 추워지면 어카갔어’라고 말하는 만화)로 북한이 선뜻 남북 교류에 나서자 못하는 사정을 설명하자 청중은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이 교수는 ▶주변 4강 국가의 한반도 이해관계 ▶한국과 북한의 경제 격차 ▶천문학적 통일비용 등을 한반도 통일의 장벽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88올림픽이 동구권의 붕괴를 불러온 계기가 됐다”며 “당시 동구권에서는 서울을 가난한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올림픽 중계를 보고 한국의 발전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발전상을 TV로 시청하며 공산권 국가들이 내부 모순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글=정원엽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사진=박종근 기자



◆1090 평화와 통일운동=10대부터 90대까지 모든 세대를 아울러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순수 민간의 통일 준비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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