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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양심세력도 돕는데 우린 문닫을 판

중앙일보 2013.05.14 00:20 종합 27면 지면보기
박인환
일제 강제동원 피해 조사와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피해조사 및 지원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6월 말이면 문 닫을 상황에 처했다. 2004년 2년 한시 기구로 출범한 뒤 매번 활동 시한을 연장해 왔으나 공익재단화 등이 검토되면서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재단이 되면 위원회의 성격은 정부 기관에서 민간 단체로 바뀐다. 박인환(60) 위원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박인환 위원장 "상설화해야"

박 위원장은 “피해조사 활동을 이어가려면 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한국인 징용자들을 혹독하게 노동시킨 ‘감옥섬’ 하시마 탄광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죠. 지난해 위원회가 이 탄광의 참혹한 강제동원 피해를 담은 보고서를 낸 뒤 주춤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해외에서 사망해 국내로 돌아오지 못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해 국내 봉환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확인된 4000여 위 유골 중 423위를 봉환했고, 사할린에서 사망한 1만여 위에 대한 봉환 문제도 러시아 와 협상 중이다.



 “위원회가 민간재단으로 바뀌면 정부 대 정부로 협상해온 봉환 작업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한 박 위원장은 “국외 강제동원 사망·행방불명·부상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 문제나 재심의 대상 300건 등을 처리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37개 일본 시민단체들이 우리 정부에 ‘위원회 활동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탄원서를 냈습니다. 우리가 피해 조사 보고서를 내면 일어로 번역해 자국에 배포하는 시민단체도 있어요. 위원회가 폐지되면 이런 일본 양심세력과의 네트워크도 다 끊어질 겁니다.”



박 위원장은 “나는 정무직이다. 위원장 자리에 연연치 않는다”며 “중요한 건 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이고, 더 훌륭한 전문가가 와서 일을 해도 환영”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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