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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숨기고 투약 자동조절 … 성장 호르몬 주사 무섭지 않아요

중앙일보 2013.05.06 09:36 건강한 당신 11면 지면보기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호성 교수가 성장 장애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의 상태를 진찰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빠를수록 효과 좋은 성장장애 치료

주부 강지현(38·서울 송파구)씨는 요즘 식단에 부쩍 신경을 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키가 또래와 비교해 한 뼘 이상 작다. 제대로 안 먹어서 안 자라는 건지, 성장에 문제가 있는 건지, 학교에서 무시를 당하지는 않는지 항상 걱정이다. 강남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채현욱 교수는 “성장은 어린이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간혹 염색체·골격계 이상, 영양 결핍, 만성질환 등 병적인 이유로 키가 자라지 않기도 한다.



사춘기 전까지 매년 4㎝ 이상 자라야



소아·청소년기 성장은 5단계로 나뉜다. 출생 후 생후 1년까지 태아기에 가장 빨리 자란다. 돌 무렵이면 출생 당시보다 키는 20㎝ 이상, 몸무게는 세 배 이상 성장한다. 생후 24개월까지인 유아기엔 한 해 12㎝ 이상 큰다.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소아기다. 만 4세부터 사춘기 전까지다. 매년 평균 6㎝씩 서서히 자란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성장판이 닫혀 예상 키만큼 자라지 않는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진다. 뼈끝 연골에 있는 성장판을 자극해 뼈가 자라도록 돕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호성 교수는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만 3세부터 사춘기 직전까지 매년 4㎝ 이상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춘기에는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다시 빨리 자란다. 사춘기는 여아 만 10세, 남아는 만 12세 무렵에 시작한다.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은경 교수는 “여자아이는 사춘기 초반, 남자아이는 후반에 많이 자란다”고 말했다. 사춘기가 지나면 뼈 성장판이 점점 닫히면서 성장이 멈춘다.



스트레스·비만이 키 성장 방해



키 성장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문제는 저신장이다. 김호성 교수는 “성장호르몬 결핍, 염색체 이상 등 병적인 저신장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또래 100명을 일렬로 세웠을 때 키가 가장 작은 두 명에 포함되면 저신장이다.



요즘엔 수면 부족·소아비만·성조숙증·스트레스처럼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저신장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유 교수는 “인터넷·스마트폰 게임·TV 시청에 열중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의 60%는 잠자는 동안 분비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음식물이 소화·흡수되지 않고, 이에 따라 성장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다.



소아비만·성조숙증도 성장에 걸림돌이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성장판이 빨리 닫힌다.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으로 이어진다. 여아는 만 8세 전에 가슴이 발달하고, 만 10세 전에 초경을 하면 성조숙증에 해당된다. 남아는 만 9세 전에 고환이 커진다. 채 교수는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7~8㎝ 이상 갑자기 성장하면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하고 자면 성장호르몬 3배 분비



성장장애를 확인하면 빨리 치료를 시작한다. 김 교수는 “키 성장은 시기가 중요하다. 뼈 나이·연령이 어릴수록 치료가 효과적”이라며 “사춘기 이전에 2년 이상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예상하는 성인 키에서 5~7㎝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성장호르몬을 잠자기 전 한 주에 6~7일 투여한다. 채 교수는 “성장호르몬은 나이·몸무게에 따라 정해진 용량을 허벅지·팔에 스스로 주사한다”며 “요즘엔 주삿바늘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를 위해 바늘을 숨기면서 투약 용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디지털 기기도 있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시간은 하루 7시간 이상 돼야 한다. 숙면을 취하면 피로가 풀리면서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진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성장에 좋다. 운동을 하고 잠을 자면 성장호르몬이 세 배 이상 많이 분비된다. 스트레칭·달리기·줄넘기·농구·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이 키 성장에 좋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유 교수는 “성장수첩을 만들어 1년에 한두 번씩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권선미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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