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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통조림서 나온 독이 보톡스 '원천기술'

중앙일보 2013.05.06 09:34 건강한 당신 10면 지면보기
김경목
미래로성형외과 원장
더모톡신연구회 이사
요즘 프티성형이 대세다. 칼을 대지 않고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간단한 시술이다. 덩달아 성형 재료로 사용하는 필러나 보툴리눔 톡신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오·남용이다. 부작용 사례도 늘고 있다. 프티성형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톡신을 제대로 알기 위한 코너를 마련했다.


김경목의 톡신 이야기 - 보툴리눔 톡신

위대한 발견은 종종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된다. 보톡스(상품명)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 역시 19세기 초 독일에서 200여 명을 사망케 했던 식중독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의사였던 유스티누스 케르너가 썩은 소시지나 통조림에서 나오는 독소가 원인이며, 이 독이 근육을 마비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톡신이 치료제로 사용되기 위해선 한 세기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1895년 세균이 분류됐고, 1973년에 이르러서야 인체를 대상으로 치료한 첫 논문이 발표됐다. 1973년 미국 의사인 앨런 스코트라는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지나치게 수축된 것을 톡신으로 이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이후 톡신은 눈꺼풀이나 성대 경련, 어린이 뇌성마비 등 근육이 강직된 환자에게 두루 이용됐다.



톡신을 미용에 쓰기 시작한 것은 ‘관찰의 소산’이었다. 1987년 어느 날 캐나다의 여자 안과의사인 진 캐루터스 박사는 안검 경련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그런데 톡신을 맞은 환자의 눈가에 주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희한한 부작용을 발견한 그녀는 피부과 의사인 남편에게 이를 알렸다. 남편인 엘래스테어 박사는 자신의 병원에 근무하는 리셉션리스트에게 톡신을 주사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톡신이 성형외과와 피부과 영역으로 넘어오자 수요는 급증했다. 이마·팔자·미간 등 주름살 펴기, 턱을 갸름하게 만드는 사각턱 시술, 모공축소·다한증·종아리 축소·체형교정 등 계속해서 시술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니 제품 개발도 활발해졌다. 국내 회사도 뛰어들어 보툴렉스와 메디톡스 같은 국산 제품이 보톡스(미국), 디스포트(프랑스), 제오민(독일) 등 외국계 회사를 맹렬히 뒤쫓고 있다. 이러한 톡신 제품은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다. 어떤 톡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가격 덤핑에 의한 오남용도 우려된다. 한때 150만원이나 하던 사각턱 시술을 지금 10만원에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미용과는 관련 없는 비전문의, 즉 일반의는 물론 비전공 의사들도 미용시술에 참여한다. 문제는 웃지 못할 부작용(?)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 주름을 펴기 위해 맞은 톡신으로 눈을 뜨기 불편하다고 호소하는가 하면 사각턱 시술을 받고 사탕을 문 것처럼 볼이 처진 사례도 있다. 눈초리 주름을 편 뒤 웃을 때 우는 인상을 짓는 여성도 있다.



얼굴은 30여 개의 근육이 조화롭게 협연하며 표정을 만들어 낸다. 실로 오묘한 조화다. 이 근육의 위치와 기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부작용 없이 시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김경목 미래로성형외과 원장 더모톡신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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