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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축농증 가만 두면 눈·뇌로 염증 번질 수도

중앙일보 2013.05.06 08:51 건강한 당신 3면 지면보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 교수가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코 점막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이비인후과 질환 아는 만큼 예방한다 ② 알레르기비염·축농증

코는 에어컨·온풍기·가습기를 집약한 초미니 가전제품이다.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가 하면 이물질을 걸러내는 공기청정기 역할도 한다. 이처럼 첨단기능을 하는 코도 싫어하는 계절이 있다. 요즘처럼 건조하고, 황사·꽃가루가 날리는 환절기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안·이비인후과 질환, 아는 만큼 예방한다’의 두 번째 주제는 코의 대표적 만성질환인 ‘알레르기 비염과 부비동염(축농증)’이다.



코 막히면 성격 예민 …성적도 떨어져



주의가 산만하고, 짜증을 잘 내는 초등학생 김동호(12)군. 부모는 또래 남자아이처럼 짓궂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은 떨어지고 성격은 예민해졌다. 원인은 알레르기 비염이었다.



코가 막히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 교수는 “청소년 3명 중 1명은 알레르기 비염인데 실제 외국에선 이들의 성적이 많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콧속 점막이 먼지나 꽃가루에 과민하게 반응하면 점막이 부어 코가 막힌다. 또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른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는 목숨까지 위협하는 기관지 천식과 같다는 설문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성이 강하다. 김 교수는 “부모 모두 비염을 앓고 있으면 60%, 한쪽 부모가 앓으면 30%에서 자녀가 비염을 앓는다”며 “이런 잠재요인에 공기오염과 스트레스 같은 환경요인이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코 질환은 꾸준히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



알레르기 비염은 매일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김 교수는 “워낙 다양한 종류의 미세먼지가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병처럼 알레르기 비염도 약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



항히스타민제·비강분무 스테로이드제 같은 코점막 수축제는 부은 코를 가라앉혀 준다. 그러나 오·남용하면 코점막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



따라서 약물이 잘 듣지 않거나 평생 약으로 관리하기 힘든 사람은 면역요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면역요법은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이 되는 집먼지진드기를 미량으로 주입해 항체를 길러주는 방법이다. 혀 밑에 약을 떨어뜨려 치료하므로 매번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비염이 악화해 코가 만성적으로 부었다면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과거에는 코점막을 잘라 크기를 줄였다. 그러나 최근엔 고주파를 점막에 쏘여 점막을 축소하면서 출혈 없이 간단히 수술할 수 있게 됐다.



김경수 교수는 “비염은 체질이기 때문에 악화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며 “강한 향수나 찬 공기에 반응을 잘하므로 이를 피하고 환절기에는 마스크를 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 세척도 도움이 된다. 미지근한 생리식염수를 코로 들이마셔 삼키지 말고 입으로 뱉는다.



축농증은 수술이 답 … 성공률 90% 넘어



보이는 코는 빙산의 일각이다. 코 주위 얼굴뼈에는 부비동이라 불리는 4곳의 빈 공간이 있다. 콧속과 작은 구멍으로 연결돼 분비물과 공기의 통로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부비동에서는 하루에 1L의 콧물이 만들어진다”며 “부비동 주변의 작은 구멍을 통해 목으로 콧물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고 말했다.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면 코 연결 부위의 점막이 부으면서 코가 막히고 공기와 분비물이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는다. 김경수 교수는 “염증 때문에 진득하고 가래 같은 콧물이 나온다”며 “부비동은 뇌 바로 아래 위치하므로 염증이 생기면 지끈지끈한 두통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감기 때문에 생기는 가벼운 부비동염은 대부분 저절로 낫는다. 문제는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부비동염이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이 있거나 콧대가 휜 비중격만곡증, 또는 면역력이 약하면 만성부비동염으로 잘 악화한다”며 “부비동은 눈과 뇌에 근접해 있어 방치할 경우 눈 주위나 뇌에 염증이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부비동염은 수술이 답이다. 김 교수는 “안구염증·뇌막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수술을 받아도 재발이 잦으므로 수술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술법이 발달하면서 90% 이상 성공률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1년 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성공한 것으로 본다. 김 교수는 “내시경이 발달하면서 면도기 같은 수술도구로 염증조직만을 제거해 상처 없는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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