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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5분 대기 '심장 지킴이' 수술 성공률 95% 세계 최강

중앙일보 2013.05.06 08:37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4월 30일 분당서울대병원 심장외과팀이 본관 5층 52병동에서 대동맥 환자의 3차원 CT(컴퓨터단층촬영) 사진을 보면서 수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팀을 이끌고 있는 박계현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JTBC·중앙일보 공동기획] 레전드 오브 닥터스 ① 분당서울대병원 심장외과팀

심뇌혈관질환·암·신생아 중환자·중증화상·재건성형·중증외상…. 응급·난치질환의 국내 치료 성적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오히려 앞선 분야도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생사(生死)의 기로에 선 환자를 위해 매순간 전장(戰場)에 선 각오로 임하는 의료팀에 있다. 국내 병원에는 환자 생존율과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글로벌 베스트팀이 많다. JTBC와 중앙일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의료팀을 소개하는 리얼 의학 다큐멘터리 ‘레전드 오브 닥터스(Legend of doctors)’를 제작했다. JTBC는 이달 12일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9시 55분에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중앙일보는 지면을 통해 기사를 연재한다. 첫 회는 분당서울대병원 심장외과팀을 조명한 ‘생명의 최전선, 0.1초의 사투’다. 이 팀은 사망률이 거의 100%에 이르는 급성 대동맥 질환을 수술해 95%의 환자를 살린다.



1 건강한 대동맥 2 직경이 7㎝ 이상으로 커진 복부 대동맥류 3 가슴쪽 대동맥 박리로 대동맥이 두 개로 갈라진 모습
응급환자 이송 30분 만에 수술준비 완료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모(40)씨. 지난달 10일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고혈압이 있는 그는 키 1m63㎝에 체중 96㎏의 비만이다. 전날 아내와 다툰 후 참기 힘든 가슴 통증이 지속됐다. 검사 결과 급성 대동맥 박리였다. 초응급 질환이다. 심장에서 뻗어나온 대동맥은 겹겹이 이뤄진 패스트리 빵처럼 3겹으로 돼 있다. 대동맥 박리는 혈관 안쪽이 찢어지면서 피가 혈관의 다른 층에 스며드는 증상이다. 결국 한 개여야 할 혈관이 두 개로 나뉘며 터진다. 파열하기 전 긴급 수술을 받지 않으면 대부분 48시간 내에 사망한다.



흉부외과 박계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심장외과팀 9명에게 응급 콜이 갔다. 약 30분 뒤 수술 준비가 완료되고 팀원이 집결했다. 손상된 대동맥 혈관을 잘라내고 인공혈관으로 대체했다. 혈관 양쪽 끝을 50~60바늘씩 정밀하게 꿰맸다. 수술은 5시간 동안 이어졌다. 박 교수팀의 신속하고 정밀한 수술을 받은 김씨는 9일 뒤 퇴원했다.



대동맥 수술 환자 매년 10% 이상 증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는 대동맥을 거쳐 전신에 퍼진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시작해 배꼽 부위까지 이어진다. 배보다 등쪽에 가깝게 붙어 있다. 총길이는 50~60㎝, 지름은 2~3.5㎝다.



대동맥 질환은 크게 두 종류다. 박계현 교수는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와 대동맥 안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가 있다. 박리는 갑자기 혈관이 터지는 응급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대동맥류는 만성이어서 서서히 부풀다 터진다. 박 교수는 “부푼 부위의 지름이 7㎝ 이상이면 1년 내 터질 확률이 20~30%”라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대동맥 수술을 받은 환자는 2000년 381명에서 2011년 1042명으로 늘었다. 해마다 10% 이상 증가한다.



대동맥 질환의 원인은 다양하다. 박 교수는 “대동맥과 뼈에 특정 단백질이 쌓여 키가 매우 크고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마르판증후군 환자는 50%에서 대동맥 질환이 나타난다”며 “가족력이 있어도 발병 위험이 3~4배 높다”고 말했다. 이외에 고령·고혈압·흡연·동맥경화(혈관이 딱딱해지는 병)도 영향을 준다.



야간 응급수술 밥먹듯 … 연 50일은 외박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살리랴’. 박계현 교수팀의 모토다. 박 교수팀은 환자가 도착하면 대부분 30분 내에 수술을 진행한다. 2~3시간 소요되던 준비 시간을 대폭 줄였다. 환자 이송 연락을 받으면 도착 전 수술 준비를 시작하는 게 비결이다. 박 교수는 “수술 준비가 늦어지면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구축한 24시간 응급환자 대응 시스템도 한몫했다. 흉부외과인 박계현·임첨 교수를 비롯해 순환기내과·영상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전문간호사·체외순환사로 구성된 8~9명의 심장외과팀은 응급 콜을 받으면 밤낮 없이 한걸음에 달려온다. 365일 5분 대기조인 셈이다. 박계현 교수의 지난해 12월 달력엔 야간 응급수술이 11일이나 기록돼 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도 1년에 50일 정도다. 박 교수팀의 원동력은 ‘우리가 하면 산다’는 사명감과 열정이다.



8년 넘은 팀워크 … 수술시간 절반 줄여



박계현 교수팀은 8년 이상 손발을 맞췄다. 역할은 다르지만 팀원 모두 대동맥 전문 지식을 갖췄다. 수술 성공률이 높은 이유다.



박 교수팀은 연 100여 건의 대동맥 수술을 한다. 박 교수는 “수술 성공률이 95%”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술 후 30일 내 사망률은 2%로 세계 최저다.



박 교수팀은 수술 시간을 대폭 줄여 합병증 위험도 낮췄다. 대동맥 수술을 하려면 심장을 잠시 정지시키고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피와 산소를 온몸에 순환시켜야 한다. 하지만 인공심폐기를 오래 쓸수록 혈액 구성 물질이 파괴되고 수술 후 뇌·간·신장 같은 장기에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박 교수팀은 대동맥 전체를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대수술을 4~6시간이면 끝낸다. 보통 10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과는 박 교수의 수술 실력과 팀워크가 조화돼 만든 것이다. 박 교수는 수술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평소에도 수술용 기구를 항상 손에 들고 다닌다.



박 교수팀은 2008년 국내 처음으로 대동맥 라이브 수술을 성공시켰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다. 라이브 수술을 계기로 2년에 한 번 박 교수가 주관해 개최하는 대동맥 심포지엄은 대동맥 수술을 배우려는 국내외 의사의 필수 코스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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